[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조달 방식이 바뀌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이 전력망 연결을 위해 새로 필요한 송전 인프라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는 제도가 현실화하면서 외부 전력망 대신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발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美, 데이터센터에 송전망 비용 직접 부담
지난 7월 말 미국 버지니아주 기업 규제 당국인 SCC(State Corporation Commission)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전력망에 연결할 때 별도로 필요한 송전 인프라 건설비를 해당 기업이 직접 부담하도록 비용 체계를 변경했다.
이번 조치는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망 투자비를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의에서 나왔다. 앞서 도미니언에너지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투입한 송전망 투자비 15억달러를 회수하겠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신청했다. SCC 심사 과정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로 추가된 송전 인프라 비용을 해당 사업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부담시킬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SCC 결정에 불복해 버지니아주 대법원에 항소했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별도로 필요한 전력 인프라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과 여러 전력 소비자가 함께 사용하는 송전망 투자비까지 부담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DS투자증권은 지난 7일 발간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망 비용 부담 현실화, ‘All of the Above’의 균열’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최근 미국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시설 확충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버지니아 외 다른 지역에서도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별도 요금제와 비용 분담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 전력망 비용 커지자 온사이트 발전 부각
전력망 이용 비용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발전원 선택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을 배경으로 원전과 가스발전,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 전반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력 부족 속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송전망 투자비까지 데이터센터가 부담하게 되면 계산이 달라진다. 발전 전력 가격뿐 아니라 계통 접속과 송전 인프라 확충에 드는 비용까지 따지면 단순히 발전 전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비용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외부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발전 방식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다.
DS투자증권은 모든 발전원이 동시에 수혜를 받던 시장에서 비용과 규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발전원을 가려내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단순한 발전 능력보다 전력망 연결 비용과 계통 의존도까지 고려한 발전원 선택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온사이트 발전이 꼽힌다. 데이터센터 부지나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외부 전력망 이용을 줄이면 계통 연결과 송전망 확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연료전지도 온사이트 발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허가 과정에서 전력 확보뿐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검토되면서 계통 접속과 송전망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발전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두산퓨얼셀 5014억 수주…AIDC 주전원 가능성
미국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국내 연료전지 기업의 대규모 수주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이 지난 7일 발간한 ‘수주로 확인된 PAFC의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미국 관계사 하이엑시엄(HyAxiom)을 통해 5014억원 규모의 미국 데이터센터용 PAFC(인산형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따냈다. 최종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공급 규모를 약 140MW로 추정했다. 당초 예상했던 50MW를 크게 웃돈다. 공급 규모를 감안하면 비상 상황에 대비한 보조전원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주 전력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주는 발전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PAFC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AFC의 전력 효율은 40~45%로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50~60%보다 낮다. 그동안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는 발전 효율이 높은 SOFC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술별 발전 효율 못지않게 실제 공급 가능 여부와 설치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블룸에너지의 SOFC, 퓨얼셀에너지의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에 이어 두산퓨얼셀의 PAFC까지 수주가 이어지면서 기술 유형과 관계없이 연료전지 수요가 확대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두산퓨얼셀의 추가 수주 여력도 남아 있다. 현재 PAFC 연간 생산능력은 275MW이며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350MW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국내향 약 100MW, 미국향 100~120MW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100MW 이상의 추가 수주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따라 2027년 매출액 전망치는 8821억원으로 올해 전망치 4888억원보다 80.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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