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SM상선이 한진해운으로부터 경인터미널 지분을 인수한 지 내년이면 10년이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국적 선사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품에 안은 자산이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낮은 물동량과 임차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26억원으로, 이자비용 34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상선경인터미널의 지난해 매출은 103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29.9% 줄었고 34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4억원을 냈다.
가장 큰 부담은 부두 임차에 따른 리스료다. SM상선경인터미널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경인항 인천·김포터미널 선석을 임차하고 있다. 지난해 실제 지급한 리스료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55억원으로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말 리스부채 잔액도 456억원에 달했다. 향후 지급할 리스료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고정비 부담에 비해 물동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터미널의 연간 처리능력은 74만9000TEU지만 지난해 경인항 처리량은 3만2568TEU에 그쳤다. 처리능력 대비 4.3%다.
지난해 경인항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보다 23.3% 늘었다. 그럼에도 매출은 12.2% 감소했다. SM상선경인터미널 관계자는 "2024년 대비 2025년 핵심사업인 컨테이너 물동량과 하역 매출은 오히려 상승했다"며 "재무실적의 수치 변화는 하역 물동량 실적 악화가 아닌 부대사업의 일부 구조 개편과 영업외 재무비용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대사업 축소는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된다. 임대보증금은 24억원에서 18억원으로 줄었고 재무활동에서 보증금 반환으로만 12억원이 빠져나갔다. 화물 처리로 채우지 못한 수익을 메워온 부지 임대 기반도 얇아졌다. 결국 터미널 자체의 낮은 가동률과 장기 임대료 부담이 수익성을 제약하는 구조다.
경인터미널의 낮은 가동률을 운영사의 영업 문제로만 보기는 힘들다. 애초 대형 컨테이너선이 드나들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을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선 경인항의 한계가 운하형 항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경인아라뱃길은 수심이 약 6.3m이고 갑문 폭과 교량 통과 높이에도 제한이 있어 깊은 흘수를 가진 대형 원양선이 드나들기 어렵다. 반면 얕은 흘수에 맞춘 소형·연안 선박은 운항 가능하지만 화물 수요를 고려하면 원양항로와 경쟁할 만큼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2012년 계약 그대로 승계
그럼에도 터미널 운영이 이어진 배경에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이 있다. 당시 정부는 국적 원양선사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진해운 주요 자산을 국내 선사가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SM상선이 한진해운 소유 광양·경인 컨테이너터미널 지분을 인수했다. 2012년 체결된 수자원공사와의 임대차 계약도 그대로 따라왔다.
이 계약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지사 측은 계약서상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사유가 없으며, 2012년 계약 조건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금액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동량에 따라 임대료가 변동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우회 지원이 있다. 지사 관계자는 "인천항 등에 비해 불리한 여건을 감안해 물동량이 늘면 현금으로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도 경인항 활성화를 위해 항만 시설 사용료 감면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2041년까지 남은 리스료 772억
SM상선경인터미널이 향후 부담해야 할 리스료는 연매출의 7배를 웃돈다. 계약 종료일은 2041년 12월31일로 15년 가량 남았다. 계약상 지급해야 할 리스료 총액은 772억원이다. 지난해 말 리스부채 456억원에 앞으로 발생할 이자 등을 더한 금액이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동량 확대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컨테이너 물동량이 30% 상승해 2017년 SM그룹 편입 후 최대치를 달성했다"며 "부대사업 역시 전년도 구조 개편 이후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항만 인프라 사업의 구조적 특성상 부두 임대료 등 고정비 비중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며 "비용 구조조정보다는 항로 개설, 신규 화주 유치, 물동량 확대를 통한 경인항 항만 기능 활성화를 중점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는 당사의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로서 양사는 경인항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장세가 이어져도 격차는 크다. 지난해 처리량을 기준으로 처리능력을 채우려면 지금의 20배 이상을 처리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기업만의 영업에 기대기보다, 근본적으로 항만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식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인항은 대형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워 원양항로를 중심으로 한 컨테이너 물류 거점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법·제도 개선을 통해 항공화물이나 육상물류 등으로 기능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