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중심으로 굳어진 국내 소주시장에 오비맥주가 도전장을 냈다. 제주소주 인수 2년 만에 첫 국내 제품을 선보이지만 전국 동시 출시 대신 수도권과 제주 일부 유흥시장부터 공략한다. 생산능력이 제한된 만큼 당장 전면전에 나서기보다 시장성을 검증한 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맥주시장 1위 업체의 영업망을 활용해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지가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말 제로슈거 소주 ‘찰랑’을 출시한다. 제주 동부 지역 화산암반수와 용암해수소금을 사용했으며 알코올 도수는 15도다. 제품은 옛 제주소주 생산시설인 오비맥주 제주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찰랑은 출시 초기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음식점·주점에서만 판매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에는 당장 공급하지 않는다. 통상 주류업체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광고모델을 내세우고 전 채널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정판 제품에 가까운 마케팅 방식이다.
오비맥주가 공격적인 출시를 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제주공장의 생산능력이다. 구체적인 생산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국 유흥·가정 채널을 동시에 감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공장의 생산능력 자체가 처음부터 전국에 대대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지방까지 진출해 지역 소주업체와 경쟁하기보다 우선 서울·수도권 음식점에 제품을 공급해 반응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앞서 2024년 9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12월 흡수합병했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금액은 200억원이었다. 당시 제주소주의 순자산 장부가액이 13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67억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공장과 부지, 지하수 이용권 등을 확보한 셈이다.
이후 오비맥주는 자체 소주 브랜드 없이 제주공장을 수출용 소주를 위탁생산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지로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해 수출 전용 자체 브랜드 ‘건배짠’을 먼저 선보였고 이달 국내에 처음으로 소주 브랜드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가세로 국내 소주시장 경쟁 구도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은 참이슬과 진로를 보유한 하이트진로가 60% 안팎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과 새로를 앞세워 뒤를 쫓는 ‘1강 1중 다약’ 구조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만 소매시장 기준 80% 안팎에 달한다. 나머지 시장은 무학과 금복주, 대선주조, 보해양조 등 지역업체가 나눠 가지고 있다. 찰랑의 초기 성과는 오비맥주가 소주시장의 세 번째 전국 사업자로 올라설 지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비맥주는 국내에서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찰랑의 인지도를 높인 뒤 이를 발판으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생소한 신규 브랜드보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인지도를 확보한 소주라는 점이 K- 소주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기존 제주공장은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ODM 방식으로 수출해왔지만 자체 브랜드의 해외 판매를 확대하려면 국내 인지도 역시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쌓아 수출을 확대하는 방향도 이번 출시 전략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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