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의 AI 도입률은 아직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통신과 연구개발 등 데이터 활용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 중심 산업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기업들은 AI를 인력을 줄이는 수단보다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AI 시대 고용정책 역시 단순한 일자리 증감보다 기존 직무의 재구성과 근로자 재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계간 고용이슈 2026년 여름호'에 실린 '산업별 AI 활용도 실태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전국 21개 산업 2297개 사업체 가운데 AI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8.6%인 656곳으로 집계됐다.
◆ 기업 10곳 중 7곳 AI 미도입
산업현장에서는 AI가 아직 초기 확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자동화 시스템을 제외하고 예측형 AI와 생성형 AI만 따로 보면 도입 사업체는 544개로 전체의 23.7%까지 떨어진다. 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달리 실제 기업 업무에 AI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곳은 아직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별 격차도 컸다. 정보통신업의 AI 도입률은 62.9%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정밀기기도 41.3%를 기록했다. 식료품은 39.3%, 전기·전자는 39.2%, 교육은 37.9%, 연구개발서비스는 37.7%였다.
반면 건설과 운수 등 현장 업무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것이 확인됐다.
차이를 만든 핵심은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 수준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이나 금융, 연구개발서비스처럼 이미 데이터 기반 업무환경이 구축된 산업에서는 AI를 업무에 적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현장 중심 산업은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가 충분하지 않아 AI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대기업은 데이터 분석과 AI 운영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전문인력 부족이 AI 활용 확대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적됐다. 데이터 구축 비용과 투자 부담도 AI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혔다.
◆ AI 도입기업 4곳 중 3곳 '생성형 AI'
AI를 도입한 기업 내부에서는 생성형 AI 확산 속도가 빨랐다. AI 도입 사업체 656곳 가운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75.6%에 달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27.6%, 예측형 AI는 13.3%였다.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 고객 상담, 기획, 연구개발 지원 등에 폭넓게 사용됐다. 특히 관리·사무와 연구개발, 교육훈련, 마케팅 분야에서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다.
산업에 따라서도 활용 방식이 달랐다. 제조업에서는 생산공정 자동화와 품질 개선, 설비 운영 효율화에 AI를 주로 활용했다. 서비스업에서는 고객 서비스와 데이터 분석, 콘텐츠 제작, 경영지원 등 업무 혁신에 생성형 AI와 예측형 AI를 적극 활용했다.
결국 하나의 AI 기술이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보다 산업과 업무 특성에 맞는 기술을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 사람 줄이기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AI 도입이 곧바로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기업들은 AI를 노동을 직접 대체하는 기술보다는 기존 업무를 지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복적인 자료 정리와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을 AI가 수행하도록 하고 최종 판단과 의사결정은 사람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AI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의 핵심을 '일자리 감소'보다 '직무 재구성'에서 찾았다.
AI가 기존 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근로자에게는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직무 역량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개발과 기획, 전문서비스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기존 업무를 고도화하는 방향의 변화도 나타났다.
고용정책의 초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AI를 신규 채용 확대보다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만큼 단순한 일자리 수 증감만으로 노동시장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순기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랑팅 부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향후 고용정책 역시 일자리 개수보다 직무 전환과 재교육, AI 활용 역량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산업별 AI 도입 수준의 차이가 큰 만큼 데이터 기반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 기업의 디지털 전환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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