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한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7년간 배당금을 받은 데 이어 기업공개(IPO)와 두 차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보유지분을 현금화했지만 누적 회수율은 여전히 5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현재 보유지분을 최근 주가로 모두 처분한다고 가정해도 미회수액의 절반가량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만큼 향후 배당과 주가 상승 여부가 공적자금 회수 규모를 좌우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가 서울보증보험에 지원한 공적자금의 누적 회수액은 5조4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입액 10조2500억원의 53.64%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4조7525억원에 달한다.
예보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진 서울보증보험의 정상화를 위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의 배당과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투입 자금을 단계적으로 회수해왔다.
공적자금 회수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보채상환기금)의 운용과도 맞물려 있다. 예보채상환기금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상환을 위해 2003년 설치됐다. 25년간 운용된 뒤 2027년 말 청산을 앞두고 있다.
예보는 이를 고려해 보유 중인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IPO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의 약 10%를 먼저 매각한 뒤 입찰이나 블록세일 등을 통해 최대 33.85%를 추가 처분하는 방식이다.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0%+1주'는 당분간 보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적자금 회수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것은 배당이다. 서울보증보험이 정상화 이후 이익을 내면서 최대주주인 예보에도 상당한 배당금이 돌아갔다. 예보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배당으로 회수한 금액은 총 3조8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기로 지분 매각을 통한 회수도 본격화됐다. 예보는 IPO 과정에서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구주매출해 1815억원을 확보했다.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매출 방식으로 상장이 이뤄지면서 공모대금은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에 활용됐다.
올해 들어서는 두 차례 블록세일을 통해 회수 규모를 더 늘렸다. 지난 3월 서울보증보험 주식 300만주(지분 4.29%)를 매각해 1610억원을 확보했고 이달 19일에는 45만주(0.6%)를 처분해 190억원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배당과 IPO, 블록세일 등을 거치면서 누적 회수액은 5조4975억원까지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회수 작업에도 전체 투입액의 46.36%인 4조7525억원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보유지분 가치만 놓고 보면 잔여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보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 78.91%를 지난 24일 종가인 주당 4만2750원에 전량 처분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약 2조3746억원이다. 미회수액 4조7525억원의 49.97% 수준이다.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서는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의 절반 가량 남는 셈이다.
남은 공적자금을 보유지분 매각만으로 모두 회수하려면 매각가격이 주당 약 8만6300원까지 올라야 한다. 이는 최근 1년간 서울보증보험의 최고가인 6만4800원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재 주가 수준과 향후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량 부담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적자금 전액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앞서 국회에서도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3월 당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예보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전량 처분하더라도 잔여 공적자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회수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당이나 향후 주가 상승분 등을 제외하고 현재 지분가치만 놓고 보면 공적자금 전액 회수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회수 규모는 서울보증보험의 배당과 잔여지분 매각가격에 좌우될 전망이다. 예보가 앞으로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추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주가가 상승하면 지분 매각을 통한 회수액도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현재 수준에 머물거나 대규모 지분 매각 과정에서 오버행 부담이 커질 경우 전액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은 이달 11일 주당 430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00억원으로 오는 9월 10일 지급할 예정이다. 지분 78.91%를 보유한 예보는 이 가운데 약 237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예보는 서울보증보험 주가와 시장의 물량 소화 여력을 살피면서 소수지분 매각을 이어가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기와 규모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예보채상환기금이 2027년 말 청산될 예정이지만 이를 서울보증보험 지분의 강제 매각 시한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한 지분은 현물자산 처리 절차를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공적자금인 만큼 예보가 최종적으로 얼마나 회수하느냐가 금융공공기관의 책임을 다했는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예보 관계자는 “시장상황과 주가에 따라 내년 말까지 지배지분을 제외한 지분매각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가 내년 말쯤 해당 지분 처리에 대해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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