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넥슨이 차세대 글로벌 흥행작과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2500억원 규모의 장기 투자에 나선다. 유망 게임사를 대상으로 단순히 개발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기업 발굴부터 글로벌 서비스와 마케팅까지 단계별로 지원해 독립적인 개발사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게임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 내 자금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넥슨의 미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정부 및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VC)과 함께 최대 2500억원 규모의 게임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20일 밝혔다. 투자 대상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신규 지식재산권(IP) ▲이용자 획득(UA) 마케팅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차세대 라이브 서비스 게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발과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 등이다.
넥슨은 기술과 시장의 전환기에 경쟁력 있는 신생 개발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AI가 게임 제작과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는 시점에서 유망 IP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투자 대상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단계에 맞춰 후속 자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초기 투자를 받은 개발사가 비공개 베타테스트(CBT)와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 본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는 단계에 진입하면 넥슨이 직접 대규모 스케일업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게임 스타트업은 개발 초기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검증과 출시를 앞둔 단계에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이른바 ‘데스밸리’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넥슨은 초기 발굴과 육성, 후속 투자를 하나의 성장 경로로 연결해 유망 개발사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넥슨은 투자 프로그램을 전담할 신설 자회사 ‘넥슨파트너스’를 통해 게임 전문 VC인 ‘코나벤처파트너스’와 1200억원 규모의 ‘코나 글로벌 아이피 투자조합’을 출범시켰다. 펀드에는 문화체육관광부 IP 계정의 모태펀드 출자금 600억원이 결합됐다. 민간과 정부 자금을 함께 활용해 넥슨의 직접 출자금 대비 약 두 배 규모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셈이다.
투자 과정에서는 코나벤처파트너스가 시드부터 시리즈A 단계까지 초기 기업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 넥슨파트너스는 시리즈A 일부에 공동으로 참여한 뒤 개발사와 IP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직접 후속 투자를 집행한다. 초기 투자 위험은 분산하면서 성장 궤도에 오른 기업에는 넥슨의 자금과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번 투자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투자 기업에 넥슨과의 퍼블리싱 계약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발사의 독립적인 경영과 사업 전개를 보장하면서 글로벌 서비스 경험과 마케팅 역량, 인프라 등을 제공해 자체 경쟁력을 갖춘 스튜디오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넥슨은 이를 통해 투자 기업을 단순한 자회사나 개발 조직으로 편입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개척할 사업 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게임 생태계의 기반이 확대돼야 넥슨이 확보할 수 있는 IP와 기술, 협력 파트너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한준 넥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차세대 IP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넥슨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과제”라며 “민관 협력을 통해 초기 투자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유망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넥슨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생태계 투자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 프로그램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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