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로봇 스타트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기업은 1년 새 기업가치가 10배 가까이 뛰는가 하면 뚜렷한 매출 없이도 수천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가격 부담을 느끼면서도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주요 로봇 스타트업의 투자 조건과 매출·수주 등 사업성과, 상용화 계획을 살펴 시장이 매긴 기업가치의 근거를 점검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과거 인공지능(AI) 기업 수아랩을 약 2300억원에 매각한 송기영 대표가 두 번째로 창업한 홀리데이로보틱스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홀리데이로보틱스는 본격적인 양산과 매출에 앞서 약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자들이 매출 실적보다 송 대표에 대한 신뢰와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먼저 베팅한 셈이다.
25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홀리데이는 최근 마무리된 시리즈A에서 프리밸류 약 5500억원을 인정받으며 1550억원을 조달했다. 포스트밸류는 약 7000억원이다. IMM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스톤브릿지벤처스, SL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홀리데이가 설립 2년여 만에 조달한 누적 투자금만 1725억원에 이른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프리밸류 8000억원이었다. 포스트밸류 9500억원보다는 2500억원가량 낮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고 외부에 공개된 매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산 이후의 성장을 상당 부분 앞당겨 반영한 높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단계부터 투자금이 대거 쏠린 배경에는 파운더 프리미엄이 작용했다. 송 대표는 2013년 수아랩을 창업해 제조업 불량검사에 인공지능을 접목했고 2019년 회사를 미국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에 약 2300억원에 매각했다. 제조업 AI를 사업화하고 투자자에게 회수 성과를 안긴 경험이 홀리데이의 기술개발과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홀리데이의 첫 제품은 제조용 바퀴형 휴머노이드 ‘프라이데이’다. 보행보다 손을 이용한 정밀 조작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자동차·반도체·물류 분야 국내외 기업들과 비공개 기술실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연내 100대 규모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내년 생산능력을 연 1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연 1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춰 제품가격을 약 1억원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다만 생산능력이 판매실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계약대수와 실제 판매가격, 출하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PoC의 유상 여부와 본계약 전환 실적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 투자 당시 인정받은 몸값을 사업성과와 비교할 수 있는 핵심 정보가 아직 제한적인 셈이다.
최근 VC 업계에서는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 쏠림으로 로봇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실적 대비 지나치게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VC 심사역은 “해외 휴머노이드 기업의 높은 몸값이 국내 투자 협상의 비교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다만 현재 사업 단계에서 그만한 기업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선제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적정 기업가치라는 의견도 있다. 로봇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부품 조달과 생산시설 구축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산업이다. 상용화 이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는 개발과 양산 속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유망 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홀리데이는 이번 투자금을 양산체계 고도화와 연구인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향후 기업가치를 가늠할 첫 지표는 프라이데이의 실제 공급물량과 매출, PoC의 유료 계약 전환 규모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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