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부담 덜고 고부가 채운 구본규…LS전선 재편의 셈법
송한석 기자
2026-08-20 08:00:00
②배전·시공 계열사로 재배치…3~4%대 수익성·대한전선 추격은 부담
이 기사는 2026-08-19 17:25:5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온전선 미국 생산법인 LSCUS 전경.(제공=LS전선)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구본규 LS전선 대표가 전력 슈퍼사이클이라는 호황에도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3%대로 떨어졌다.


그동안 우위를 점했던 국내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에서도 대한전선이 동해안~수도권 2단계 사업을 따내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계열사 재편을 통해 고부가 사업에 힘을 실은 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대한전선의 추격까지 따돌려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4795억원, 영업이익 1413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2%, 영업이익은 71.3% 증가한 금액이다. 영업이익률도 5.7%로 전년 동기 약 4.4%보다 개선됐다.


다만 이를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제 LS전선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22년 3.3% ▲2023년 3.7% ▲2024년 4.1% ▲2025년 3.7%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매출이 8000억원 넘게 증가했는데도 영업이익 증가 폭은 53억원에 그치면서 오히려 마진이 낮아졌다. 전력 인프라 호황에도 수년째 3~4%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선업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전선업은 구리 등 원재료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판가에 연동하는 구조여서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지만 원재료 비중이 높은 만큼 매출 대비 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특성이 있다.


이렇다 보니 구 대표는 2022년 LS전선 대표에 오른 이후 그룹 전선 계열사의 역할을 다시 나누는 작업에 속도를 냈다. LS전선이 모든 사업을 직접 끌어안기보다 핵심 사업은 본체에 남기고 나머지 사업은 계열사에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more

LS전선은 LS빌드윈 지분을 LS마린솔루션에 현물출자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해저케이블 생산은 LS전선이, 포설과 시공은 LS마린솔루션이 담당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지앤피와 미국법인 역시 가온전선으로 넘기면서 범용 케이블과 미국 생산사업의 무게를 가온전선으로 옮겼다. 사업을 계열사에 재배치하면서도 현물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LS전선 본체에는 해저케이블과 초고압·HVDC 등 고부가 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계열사로 사업을 넘기면서도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 그룹 차원의 영향력은 유지하는 구조다. 특히 투자 부담이 컸던 미국법인을 가온전선으로 넘기면서 LS전선 재무제표에서는 관련 부채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4%의 벽’을 뚫은 것도 이러한 재편의 성과지만 수년간 이어진 3~4%대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 올릴지가 구 대표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구 대표가 집중한 고부가 시장에서도 경쟁자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HVDC다. LS전선은 500kV급 HVDC 케이블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며 국내 시장에서 앞서왔다. 2024년 동해안~신가평 1단계 사업에도 참여해 약 880억원 규모의 물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동해안~동서울 2단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500kV HVDC 전력선 2개 공구 가운데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각각 한 공구씩 가져갔다. LS전선의 계약 규모는 약 1460억원, 대한전선은 1463억원으로 사실상 물량을 양분했다.


LS전선 입장에서 단순히 수주 하나를 나눠 가진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한전선이 500kV HVDC 케이블의 제조부터 공급·시공까지 맡으면서 실제 국가 전력망 사업의 턴키 레퍼런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LS전선이 먼저 상용화하고 공급 경험을 쌓았던 국내 HVDC 시장에 대한전선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셈이다.


다음 승부처는 규모부터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총 사업비 11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대신증권은 이 가운데 해저·지중 케이블 제작과 포설 시장을 약 6조원으로 추정했고 그 중 해저케이블 시공만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예측했다.


서해안에서도 동해안 2단계처럼 물량을 나눠 갖게 된다면 LS전선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절대적인 수주액은 늘어날 수 있지만 대한전선에도 대형 HVDC 레퍼런스를 추가로 내주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쌓은 실적이 해외 HVDC 수주 경쟁에도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LS전선의 선점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구 대표에게는 더 민감한 문제다. 취임 이후 범용·시공·해외 생산 기능을 계열사에 재배치하면서 LS전선 본체를 해저케이블과 초고압·HVDC 중심으로 바꿔왔기 때문이다. 고부가 사업에 선택과 집중했는데도 수익성이 3~4%대에 머물고 핵심 시장에서 경쟁사 추격까지 허용한다면 사업 재편의 성과 역시 퇴색할 수 있다.


반대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에서 주도권을 지키고 늘어난 고부가 수주를 이익으로 연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해 2분기 기준 LS전선의 수주잔액은 이미 9조5535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구 대표에게 필요한 부분은 수주잔고를 늘려 나가는 가운데 쌓아 놓은 수주를 높은 마진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일반 범용 케이블보다 마진이 좋아 비중이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며 “가온전선은 배전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AIDC)용 중전압(MV) 케이블과 버스덕트 등을 맡고 있고 LS전선은 해저케이블과 초고압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