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국내 렌터카 시장 1위 롯데렌탈이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품에 안겼다. 인수금융 한 푼 없이 1조3105억원을 펀드 출자금으로 직접 쏟아부은 ‘올인’ 베팅이다. 거래구조만 보면 롯데렌탈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외부 차입이 없으니 인수 직후 이자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은 인수 이후 TPG의 움직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투입되는 자금에 대한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배당확대와 투자 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11일 렉시콘코리아홀드코와 롯데렌탈 지분 61.17%(2221만2063주)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렉시콘코리아홀드코는 TPG가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매각대금은 주당 5만9000원으로 총 1조3105억원이다.
◆ TPG, 전액 에쿼티 투자의 이면
인수금융을 쓰지 않았다는 점은 TPG의 거래 완주 의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더 큰 회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레버리지드바이아웃(LBO) 구조라면 차입 상환 일정이 엑시트 타임라인을 어느 정도 강제하지만, 순수 에쿼티 인수는 이러한 강제장치가 없다. 대신 사모펀드 특유의 내부수익률(IRR) 압박이 작동한다.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IRR은 떨어지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배당으로 원금을 조기에 일부 회수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선례도 있다.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2018년 SK엔카 직영사업부를 인수해 케이카를 출범시킨 뒤 2021년 상장 이후 분기·결산배당을 꾸준히 이어갔다. 피인수 기업의 현금흐름을 투자금 회수 통로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롯데렌탈의 현금창출력은 이 시나리오에 부합한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조4130억원으로 매출의 48%에 달한다. 매년 조 단위 차량 구매와 인프라 투자가 필수인 렌터카 업종 특성상 배당확대와 CAPEX 축소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1위 사업자로서의 본업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렌탈의 사업 설계 측면에서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TPG는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인 아시아 8호 펀드 등을 통해 롯데렌탈 인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외부 차입을 통한 인수금융 대신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조성한 펀드의 출자금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통상 바이아웃 펀드는 5~10년가량의 투자 기간을 두고 있어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나 사업 재편보다는 투자금 회수와 수익률을 고려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카카오모빌리티 시너지 실현 가능성은
TPG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4%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은 일각에서 두 회사 간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으로 이어졌다. 롯데렌탈의 차량 자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이 결합하는 방식이 시장에서 전망하는 협업 구도다.
그러나 두 회사 간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TP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지 9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상장은 중복상장 규제 논란으로 사실상 막혔고, 경영권 매각도 무산된 전력이 있다. 현재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한 회수를 추진 중이지만 최대주주 카카오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 엑시트가 시급한 상황에서 롯데렌탈과의 중장기적인 사업 연계를 설계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신평사 “등급보다 재무정책 변화가 관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주주 변경이 롯데렌탈의 신용등급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롯데렌탈은 그간 롯데그룹 계열사로서의 프리미엄을 적용받지 않고 업계 1위 지위와 자체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등급을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다만 시선은 향후 사업전략과 재무정책 변화에 쏠려 있다. 김다솜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PEF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배당 확대, 자본구조 변화 등 재무정책이 변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TPG 인수 이후 롯데렌탈의 사업전략 및 재무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롯데렌탈은 업계 내 점유율 1위의 우수한 사업 기반을 보유한 가운데 중고차 장기렌탈로의 사업구조 전환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새로운 대주주의 전략에 따라 사업구조, 투자, 재무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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