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문서와 이미지 위·변조 문턱이 낮아지면서 ‘가짜를 찾아내는 기술’뿐 아니라 ‘진짜임을 증명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라온시큐어’가 국가 모바일 신분증 등에 적용한 디지털 신원인증 기술도 새로운 활용처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신분증과 학생증, 자격증에서 발급·검증 경험을 확보한 만큼 금융·의료 등 문서 진위 확인 수요가 높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온시큐어는 신원과 자격, 각종 정보의 발급·검증을 지원하는 ‘옴니원 디지털 ID’를 기반으로 디지털 인증 적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 모바일 신분증과 교육·자격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토대로 향후 금융·의료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옴니원 디지털 ID는 디지털 증명서의 발급부터 보관, 제출, 검증까지 지원하는 신원·자격 인증 통합 플랫폼이다. 라온시큐어는 지난달 해당 플랫폼에 대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굿소프트웨어(GS) 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핵심은 제출된 문서의 모양을 보고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증명서가 실제 발급기관에서 발행됐는지를 확인한다는 점이다. 발급기관이 전자서명한 신원·자격 정보를 이용자가 모바일에 보관한 뒤 필요한 기관에 제출하면 검증기관은 발급 주체와 정보의 무결성, 유효성을 확인한다. 이용자가 전체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 제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라온시큐어는 이미 대규모 공공·민간 서비스를 통해 관련 기술의 적용 경험을 쌓았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인증(DID·Decentralized Identity) 기술은 약 45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 시스템에 적용됐다. 현재 국제학생증과 대학교 디지털 학생증, 국기원 디지털 품·단증 등에도 옴니원 디지털 ID가 활용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학교 디지털 증명서와 진도개 혈통증명서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힐 예정이다.
다음 확장 후보로 꼽히는 영역이 금융과 의료다. 두 산업 모두 신원뿐 아니라 진단서·입원확인서 등 외부 기관이 발급한 각종 증빙자료의 진위를 확인해야 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의료기관이 진단서나 입·통원확인서를 디지털 증명서 형태로 발급하면 보험사는 제출된 이미지에서 조작 흔적을 찾아내는 데 의존하지 않고 해당 증명서가 실제 의료기관에서 발급됐는지와 발급 이후 내용이 변경됐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
이 같은 발급·검증 방식의 필요성은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려 커지고 있다. AI가 문서 위·변조에 필요한 시간과 기술적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문서의 날짜와 금액을 바꾸려면 별도의 이미지 편집 기술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원본 문서를 촬영한 뒤 AI에 변경할 내용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신분증과 진단서, 영수증, 차량 파손 사진 등 금융거래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활용되는 각종 증빙자료가 잠재적인 조작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보험업계는 각종 증빙자료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진위 검증 수요가 높은 분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적발인원은 10만5743명으로 3.0% 감소했다. 이 가운데 사고내용 조작 유형은 6350억원으로 전체 적발금액의 54.9%를 차지했다.
금융당국도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등이 참여하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법·제도와 데이터, 인프라 등 3개 분과에서 논의를 거쳐 오는 9월 구축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미지 분석과 광학문자인식(OCR), 파일 정보 확인, 원본 데이터 대조 등을 결합해 위·변조 여부를 판별하고 있다. 문제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위조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서의 외형에서 조작 흔적을 찾아내는 사후 탐지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위·변조 대응 기술도 ‘가짜를 찾아내는 방식’과 함께 ‘진짜를 확인하는 방식’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서가 진짜처럼 보이는지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발급했는지, 발급 이후 정보가 변경됐는지, 제출 시점에도 유효한지를 함께 확인하는 구조다. AI가 위조 비용을 낮출수록 가짜를 탐지하는 기술과 함께 진짜임을 증명하는 기술의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온시큐어 입장에서는 국가 모바일 신분증 등을 통해 확보한 DID 기술을 금융·의료 분야의 증명·검증 시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사업 확장의 관건이다. 기존 신원 확인을 넘어 진단서나 자격증명 등 각종 디지털 증명서의 발급과 검증으로 적용 대상을 넓힐 경우 옴니원 디지털 ID의 활용처도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사업 확대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금융·의료기관 간 연계 기준과 공통 표준을 마련해야 하고 병원과 보험사, 공공기관마다 다른 데이터 항목도 정비해야 한다. 증명서의 만료·취소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또한 발급기관이 처음부터 허위 정보를 입력하거나 내부자가 범죄에 가담하면 정상적인 발급 절차를 거친 허위 정보가 생성될 수 있다. 이 경우 AI 기반 이상탐지나 의료기관 원본 데이터 대조 등 기존 검증 기술을 병행해야 한다.
라온시큐어 관계자는 “신원이나 자격, 각종 정보에 대한 증명과 검증이 필요한 영역 전반을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사와 병원도 기존 디지털 신원인증과 자격증명, 검증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문서와 이미지 위·변조 문제가 커지면서 진위 확인과 신뢰성 검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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