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영화 VFX(시각특수효과) 제작과 후반작업(음향·DI), 콘텐츠 기획·제작 등 종합 콘텐츠 사업을 영위 중인 ‘덱스터스튜디오’(덱스터)가 상장폐지 여부를 가를 첫 관문을 앞두고 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전직 대표이사들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과징금 규모보다 수년에 걸쳐 반복된 회계처리 위반과 외부감사 방해 등 사안의 중대성에 쏠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덱스터는 오는 8월13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거래소는 지난달 23일 발생한 실질심사 사유에 대해 15영업일 이내에 대상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13일 결정되는 것은 상장폐지 여부가 아닌 실질심사 대상 편입 여부다.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 이후 기업심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상장 유지 또는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받게 된다.
이번 실질심사는 금융당국이 덱스터의 과거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덱스터는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과징금 9억4630만원을 부과받았으며, 감사인지정 3년과 임원 해임권고 등의 조치도 받았다. 전 대표이사 2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과징금 규모만 놓고 보면 회사 존립을 좌우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제재의 조합과 그 배경이다. 금융당국이 과징금 이외에도 감사인지정과 임원 해임권고, 전직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결정했다는 점에서 단순 착오성 회계 오류보다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대상 결산기는 제6기(2016년)부터 제9기(2019년)까지 4개년이다. 핵심은 수년에 걸친 매출 과대계상과 금융부채 과소계상, 외부감사 방해다.
먼저 덱스터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가공매출을 인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작이 무산되거나 계약금액을 허위로 증액한 프로젝트의 진행률을 조작해 매출을 인식한 것으로, 규모는 2016년 약 92억원, 2017년 약 87억원, 2018년 약 73억원이다. 3개년 누적 과대계상액은 약 251억원에 달한다. 이후 2019년에는 약 73억원이 반대로 조정됐다.
금융부채도 과소계상했다. 회사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익약정액이 변동하는 파생상품 관련 회계처리를 누락하면서 2016년 금융부채 약 39억원을 적게 반영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해당 금액은 이듬해 반대로 조정됐다.
매출과 금융부채 모두 특정 결산기의 실적이나 재무상태를 왜곡한 뒤 후속 결산기에 일부를 되돌리는 회계처리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매출의 경우 3개 회계연도에 걸쳐 같은 유형의 위반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일회성 회계 오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제재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대목은 외부감사 방해다. 덱스터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그치지 않고 감사인에게 조작된 자료를 제출해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회계처리를 잘못한 것을 넘어 감사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같은 반복적인 회계처리 위반과 외부감사 방해 등을 종합해 금융당국은 회사에 대한 조치와 별도로 당시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전 대표이사 2인에 대해서는 해임(면직)권고 상당 조치와 검찰 고발을, 전 담당임원에 대해서도 해임권고 상당 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문제가 된 회계처리가 2016~2019년에 이뤄졌음에도 2026년 현재 덱스터의 상장 지위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실질심사를 진행할 경우 과거 회계처리 위반의 중대성뿐 아니라 이후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개선 여부 등도 주요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시 회계처리 위반에 관여한 경영진과 현 경영진의 단절 여부,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덱스터 입장에서는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회계부정의 원인이 된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문제가 현재까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실질심사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덱스터가 실질심사를 앞둔 시점에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제도 자체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상장폐지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고의적 공시위반에 대한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코스닥 실질심사 과정에서 부여되는 개선기간도 단축하는 등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부실기업을 보다 신속하게 퇴출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덱스터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 공시위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도 개편의 무게중심이 중대 위반 기업의 신속한 퇴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실질심사를 앞둔 덱스터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코스닥 상장폐지 심의 절차 역시 단축되는 방향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3심 구조를 2심으로 축소하고 개선기간도 줄여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 여부를 보다 빠르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과거처럼 장기간 개선기간을 부여하며 정상화 여부를 지켜보는 것보다 시장 퇴출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쪽으로 제도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회계처리 위반의 규모뿐 아니라 반복성과 외부감사 방해, 검찰 고발까지 이어진 제재 수위가 덱스터의 실질심사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정부의 상장폐지제도 개혁방안 이후 실제 상폐 대상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고의성이 확인된 사안은 더욱 불리해지는 추세다. 예전처럼 개선기간을 연장받으며 시간을 버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덱스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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