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KG모빌리티(KGM)가 중국 체리자동차를 상대로 1000억 원대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거래 조건을 들여다보면 위험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리차는 손실 가능성을 사실상 원천 차단한 반면, KGM 최대주주는 지분 희석과 1100억 원대 원리금 연대보증이라는 이중 부담을 짊어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KGM이 지난 3일 공시한 제124회 사모 CB 발행결정에는 이해관계인의 연대보증 조항이 담겼다. CB 발행 보고서에 따르면 KGM이 체결한 인수계약서상 사채의 상환 및 이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할 경우 KGM의 최대주주인 KG에코솔루션이 미상환 원금과 만기보장수익률에 따른 이자, 연체이자까지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사채 자체는 무보증으로 발행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 신용이 뒤에 붙은 셈이다.
보증 규모도 작지 않다. 만기 상환액 기준 1114억원으로 이는 KG에코솔루션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 5615억원의 19.8%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9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107억원에서 43억원으로 59%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25억원을 냈다.
체리차 입장에선 손실 가능성이 제한적인 구조다. 표면이자율은 0%지만 만기인 2029년 8월까지 보유하면 전자등록금액의 103.0415%를 일시 상환받는다.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3년간 33억원의 수익을 확보하며 원금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다. 만기보장수익률 1.0%는 국고채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최대주주 보증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전환가액은 앞서 발행한 사채의 절반 수준이다. KGM이 2023년 3월 발행한 121회 CB의 전환가 5040원 대비 54.8%, 같은해 12월 발행한 122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행사가 6729원 대비 41%다. KGM이 의도적으로 할인해준 것은 아니다. 3년새 주가가 낮아진 결과다. 7일 종가 2890원은 121회 전환가보다 42.7%, 122회 행사가보다 57% 낮다. 두 사채는 주식으로 바꿔도 손해라 사실상 행사가 어려운 상태다. 반면 체리차는 주가와 맞먹는 2760원의 낮은 전환가로 진입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체리차가 양보한 대목도 있다. 1.0%의 만기보장수익률은 121회(2.0%)와 122회(3.0%)보다 낮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도 설정되지 않았다.
풋옵션은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 만기 전에 원금을 돌려받는 권리이고 리픽싱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으로 바꿀 가격을 함께 낮춰주는 조항이다. 121회에는 발행 2년 후부터 만기 3개월 전까지, 122회에는 발행 2년 후부터 3개월마다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고 122회에는 3개월 주기 리픽싱도 붙어 있다. 하지만 이번 CB에선 최대주주 보증으로 원금을 떼일 위험이 사라졌고 전환가도 현재 주가를 밑돌게 됐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장치를 일부 포기해도 아쉬울 게 없는 셈이다.
KGM이 얻은 것은 이자비용 절감이다. 3년간 부담액이 33억원으로 연 11억원에 그친다. 지난해 말 기준 KGM의 장기차입금 이자율은 연 4.23~4.50%로 같은 금액을 3년간 빌렸다면 이자는 137억~146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1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지만, 연간 절감 규모는 약 35억원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KGM이 얻는 금융상 이익은 제한적인 반면 최대주주가 부담하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크다. KGM 최대주주가 지는 보증 리스크가 1114억원에 달하는 데다 지분 희석 폭도 크기 때문이다. 전환가 2760원을 적용하면 3918만2065주가 새로 발행된다. 전환청구는 2027년 8월부터 2029년 7월까지 가능하다. 체리차가 전환권을 모두 행사하면 KGM의 발행주식총수는 현재 2억237만4912주에서 2억4155만6977주로 19.4% 늘어난다. 체리차는 전환후 주식총수 기준 지분 16.22%를 확보하며 단숨에 2대 주주가 된다.
현재 KGM은 KG그룹의 바이오에너지 사업 계열사이자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에코솔루션이 54.3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KG케미칼(1099주), 곽재선 KG그룹 회장(10만주·0.05%), 장남 곽정현 사장(1만주) 등이 소규모 지분을 들고 있을 뿐, 지분율은 0%대다. 나머지는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체리차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KG에코솔루션의 지분율은 54.35%에서 45.54%로 낮아져 기존 과반을 상실하게 된다. 곽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도 같은 비율로 희석된다. 물론 과반 지분이 무너지더라도 경영권이 즉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KG에코솔루션이 압도적 최대주주인 만큼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체리차가 전환권을 모두 행사한 이후 이사회 참여나 이사 추천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체리차가 KGM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파트너인 동시에 완성차 업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신차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선 판매 경쟁을 벌이는 경쟁사이기도 하다. 특히 체리차는 중국 완성차 업체 가운데 판매량 기준 3위, 수출 기준으로는 1위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KGM을 압도하고 있다. 체리차가 이사 추천 등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KGM의 신차 계획과 시장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다.
여기에 체리차가 한국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면 이해충돌은 한층 심화될 수 있다. 장귀빙 체리차 사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KGM·체리차 전략적 투자 계약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많은 고객이 체리차를 좋아해 주신다면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경쟁사 간에도 전략적 제휴는 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협상력"이라며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면 협력 관계가 흔들리거나 끌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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