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신한자산신탁과 신한리츠운용을 합병해 그룹 부동산 사업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한다. 신한금융은 개발부터 운용·매각까지 아우르는 부동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큰 신탁업과 안정적인 리츠운용을 결합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부동산 사업의 변동성을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신한자산신탁이 신한리츠운용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 모두 신한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인 만큼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으로 합병이 진행된다. 신한금융은 오는 8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며, 합병기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그룹 내 부동산 사업라인을 존속회사로 일원화해 개발·운용·매각을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한자산신탁은 자산관리회사(AMC) 겸영인가를 취득하며 하나의 법인에서 개발부터 리츠 운용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존속법인인 신한자산신탁은 토지·관리·담보신탁과 도시정비사업 등 부동산 개발 단계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소멸법인인 신한리츠운용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리츠 운용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개발부터 자산 운용, 매각까지 하나의 법인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의 핵심 목적을 단순한 조직 통합보다 수익 구조 안정화에서 찾고 있다. 신탁업은 부동산 경기와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면 리츠운용은 운용보수를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두 사업을 결합하면 반복적인 운용수익 비중을 높여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리츠운용 조직이 자산 규모와 자본력이 더 큰 신한자산신탁에 편입되면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참여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간 연계가 강화되면 신규 딜 발굴부터 자산 운용까지 그룹 내부 시너지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합병으로 당장 신한금융의 연결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양사 모두 이미 지주가 100% 보유한 자회사인 만큼 단순 합병만으로 연결 실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중복 비용 절감과 사업 연계 확대를 통해 합병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장기적으로 그룹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양사의 재무지표를 보면 이번 합병의 배경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탁업과 리츠운용은 모두 부동산 금융을 기반으로 하지만 수익 구조와 실적 특성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양사의 수익성 지표를 보면 신한자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각각 6.04%, 15.51%를 기록했다. 신탁업 특성상 자기자본을 활용한 수익 창출력이 높은 모습이다.
반면 신한리츠운용의 ROA는 6.90%로 자산 수익성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ROE는 7.54%에 그쳤다. 자본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운용보수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사업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보다 주목할 부분은 신한자산신탁의 실적 변동성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연간 ROA와 ROE가 각각 2.43%, 6.31%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말에는 두 지표 모두 적자로 떨어질 만큼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면 신한리츠운용은 최근 수년간 꾸준한 흑자를 이어오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리츠운용은 자산 운용 규모를 기반으로 반복적인 운용보수가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신탁업보다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합병이 고수익·고변동성인 신탁업과 안정적인 리츠운용을 결합해 부동산 사업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반복적인 운용수익 비중이 높아질 경우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하락 폭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으로 기대되는 또 다른 효과는 자본 활용의 효율성이다. 개별 법인으로 운영될 때보다 자본을 하나의 법인에 집중해 운용할 수 있어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나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보다 유연하게 자금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법인의 자본총계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520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대형 부동산 딜 참여 여력도 확대되는 만큼 사업 기회 확보와 자본 효율성 제고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별 법인별 자본 제약이 완화되면서 투자 의사결정도 보다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대는 신한금융의 지속적인 자본 지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꾸준히 자금을 투입해왔다. 2024년에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인수에 참여했고, 올해 1월에도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인수하며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시장에서는 합병 이후에도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나 사업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을 적시에 지원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은 개별 자회사 재편을 넘어 신한금융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신한금융의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 비중은 2021년 42.4%에서 2024년 24.1%까지 낮아졌지만,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는 35.0%까지 회복했다.
부동산 개발과 자산 운용 기능이 통합된 합병 법인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일 경우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반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합병을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 내 부동산 관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정했다”며 “향후 금융당국에 기업결합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최종 합병 여부와 시기는 인가를 받아 확정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2실장은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업황이 저하된 가운데 이번 합병은 사업다변화와 수익창출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다만 낮은 수익 규모와 재무부담 해소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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