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시장 규모를 좌우할 기초자산 범위와 투자한도, 장외거래 기준 등 핵심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업계와 법조계 의견을 반영해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31일 법조계와 증권사,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의견수렴 회의를 열 예정이다. 금융위가 마련 중인 토큰증권 시행령과 하위법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토큰증권 제도화 법안인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증권의 발행·관리와 투자계약증권의 장외 유통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으로, 오는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법 시행에 앞서 지난 3월 정부와 유관기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기술·인프라, 발행, 유통, 결제 등 4개 분과를 중심으로 시행령과 하위법규에 담길 세부 기준을 논의해왔다.
이번 의견수렴의 핵심은 시행령과 하위법규에서 확정될 발행·유통 기준이다. 특히 어떤 자산까지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지, 동일 종류의 기초자산을 묶어 증권을 발행하는 '풀링(Pooling)'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발행 분야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기초자산의 범위와 가치평가 방식에 따라 조각투자 시장의 확장성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통 분야에서는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 한도와 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인가 요건, 증권 종류별 겸영 허용 범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외거래 한도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가 핵심이다. 한도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초기 시장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고, 반대로 폭넓게 허용하면 투자자 보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 5월 열린 토큰증권 협의체 2차 회의에서 동일 종류의 기초자산을 일정 범위 내에서 묶어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장외거래 한도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유지하면서도 초기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장기적으로 주식과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존 전자증권 및 결제 인프라와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초기에는 조각투자 등 비정형 증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7월 중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만큼 실제 공개 시점과 업계 의견이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시행령이 혁신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지만 실제 시장이 열리려면 투자한도와 기초자산 범위, 장외거래소 인가 기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설계되는지가 중요하다"며 "하위법규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정해지면 제도 시행 이후에도 기존 샌드박스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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