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중앙일보의 워크아웃이 하나금융그룹의 기업 구조조정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최대 채권자로서 주채권은행을 맡은 하나금융은 외부 실사와 기업개선계획 수립, 채권단 조율, 신규 자금 지원 여부 등 구조조정 전반을 이끌게 된다. 당장의 충당금 부담과 자본건전성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중앙일보의 정상화와 채권 회수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하나금융의 기업금융 사후관리 역량도 함께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금융권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의 신용공여가 약 4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나은행이 약 3500억원, 하나캐피탈이 약 5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중앙일보 워크아웃의 최대 채권자로서 주채권은행을 맡게 됐다. 주채권은행은 단순히 가장 많은 자금을 공급한 금융회사에 그치지 않는다. 외부 회계법인 등을 통한 실사를 주도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채무 재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개선계획에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비용 절감, 채무 상환 일정 조정 등이 담길 수 있다. 중앙일보의 영업 정상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과 자산 가치, 현금창출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는 단순히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데서 갈리지 않는다. 사업성이 있는 자산과 정리해야 할 자산을 구분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주채권은행의 역할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결국 이번 중앙일보 워크아웃의 핵심은 하나금융이 보유한 40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 자체보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어떤 구조조정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있다. 부실 기업의 사업성과 자산가치를 재평가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자들을 조율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능력은 일반적인 여신 심사와는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물론 하나금융이 기업 구조조정을 맡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중앙일보 워크아웃은 그룹 전체 익스포저가 1조원에 달하는 대형 기업집단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축적해 온 구조조정 경험과 채권단 조정 능력, 기업 정상화 전략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이 최근 수년간 기업금융을 핵심 성장축으로 키워왔다는 점에서 이번 워크아웃의 의미는 더욱 크다는 평가다. 기업금융 경쟁력은 대출을 얼마나 많이 늘렸는지보다 위기 기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상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 평가받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금융 경쟁력은 정상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능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래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됐을 때 부실을 조기에 포착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후관리 역량까지 갖춰야 진정한 기업금융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22년 말 137조8962억원에서 2023년 말 157조9412억원으로 14.5%(20조450억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에는 179조4580억원까지 늘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업여신을 적극 확대하며 이자이익 기반을 키운 결과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성장과 이자이익 확대를 바탕으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순이익 기준 리딩뱅크에 올랐다. 기업금융 확대가 하나금융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끈 전략이었다면, 이번 중앙일보 워크아웃은 자금 공급 이후의 사후관리와 구조조정 역량까지 시장의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 전반의 기업여신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중앙일보 워크아웃의 의미를 키운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주요 금융지주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대출 규모 확대보다 부실 관리와 채권 회수 능력이 기업금융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재무적인 부담은 현재로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과 비교하면 중앙그룹 익스포저 비중은 0.3%에도 미치지 않는다. 증권업계가 추산하는 관련 충당금도 약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하나금융의 연간 이익 규모와 자본 여력을 고려하면 그룹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 역시 규제 수준을 웃도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 워크아웃이 단기간에 자본비율이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만 최종 손실 규모는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앙그룹 익스포저 가운데 약 1000억원은 신용 또는 후순위담보 여신으로 추정된다. 담보가치가 예상보다 낮거나 계열사 회생절차가 지연되고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주채권은행이 사업 경쟁력이 있는 자산과 정리해야 할 자산을 신속하게 구분하고, 채무 재조정과 자산 매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낸다면 손실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신규 자금을 공급해 기업가치를 보전하면서도 회생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판단 역시 주채권은행의 역할이다.
채권단 조율 역시 핵심 변수다. 워크아웃에는 은행뿐 아니라 캐피탈사와 증권사 등 여러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만큼 담보 순위와 익스포저, 회수 전략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일관된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 일정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신용평가업계도 기업여신 부실 확대에 따른 사후관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부실채권 증가 속도에 비해 충당금 적립 확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향후 회수율과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추가 적립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앙일보 워크아웃 역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얼마나 높은 채권 회수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하나금융의 최종 손실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것보다 기업가치를 보전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주채권은행의 핵심 역할이라는 의미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고 있어 재무건전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채권은행으로서 철저한 실사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특정 업종에 여신이 편중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보수적인 심사와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중앙일보 익스포저가 하나금융의 자본건전성을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와 위기 기업을 성공적으로 정상화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중앙일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채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금융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라며 “이번 사례는 기업금융을 성장축으로 키워온 하나금융이 자금 공급을 넘어 위기 기업의 정상화와 사후관리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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