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태광그룹이 태광산업의 중국법인 ‘태광화섬(상숙) 유한공사’를 현지 유통사에 매각하면서 비핵심 자산 현금화에 속도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1조5000억원 규모 사업재편안 발표 이후 첫 번째 법인 유동화 사례다. 태광 쪽에는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업계에서는 태광의 케이조선·KDB생명 인수 과정에서 수 천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달 중국법인 태광화섬 지분 100%를 ‘항저우 칭원 뉴 메티리얼즈(Hangzhou Qingyun New Materials)’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억4300만위안(한화 약 348억원)이다. 해당 법인은 2003년 중국 내 스판덱스 생산·판매를 위해 설립된 곳으로 지난해 650억원의 매출과 4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태광화섬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20년 1939억원의 매출과 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이듬해 매출과 순이익을 각각 3282억원, 472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중국시장 내 스판덱스 공급과잉으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후 3년(2023~2025) 동안 11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다만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헐값 매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7월 태광화섬의 1000억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해당 자금은 같은 해 6월 말 기준 1009억원에 달했던 태광화섬의 부채 상환 등에 쓰였다. 이에 태광화섬의 올해 3월 말 기준 자본총액은 38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간 손실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자본 100%에 대한 제값을 받고 매각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딜이 지난해 7월 태광이 1조5000억원 규모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첫 법인 유동화 사례라는 것이다. 당초 그룹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금 1조9000억원 가운데 실제 투자 가능한 자금을 1조원 미만으로 산정했다. 이에 태광산업이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으나 논란 끝에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계획을 철회했다. 그간 닝샤 스펜덱스 공장 증설 계획 철회, 유후 설비 처분으로 대응했으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올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경산업(약 4700억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2542억원) ▲동성제약(약 1600억원)에 총 8842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기업 간 거래(B2B)분야 신성장동력 마련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최근 태광산업-오성첨단소재-그린하버자산운용 컨소시엄으로 케이조선 인수전에 단독 입찰했음에도 딜이 무산되며 고배를 마셨다.
결국 태광 입장에선 기존 비핵심 자산의 현금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케이조선 지분을 각각 49.79%씩 보유하고 있는 유암코-KHI 컨소시엄은 태광산업이 케이조선의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서는 등 추가 자금을 투입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케이조선의 인수 비용과 경영정상화에 따른 자금 투입 등을 감안하면 최대 9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여기에 태광은 최근 흥국생명을 통해 KDB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한 상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태광화섬의 매각은 지난해 중장기 투자계획 발표 이후 첫 번째 법인 유동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당장 금액이 크지 않아 보여도 향후 사업재편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현금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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