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늦게 출범한 업비트를 단숨에 1위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가 가진 '벤처 DNA'은 업비트를 만들었고 '기업가 정신'은 두나무를 국내 대표 디지털자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핀테크를 넘어 블록체인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송 회장은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웹3 전문가다. 그는 지금도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네이버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물밑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골방으 한 달'이 만든 업비트…송치형의 집념이 만든 반전
송 회장은 카카오벤처스 투자 2개월 만에 '증권플러스 for Kakao'를 내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카카오의 영향력이 매우 높았던 시기로 송 회장 앞으로 17곳의 증권사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카카오 계정을 활용한 간편 인증과 커뮤니티 기능을 내세워 출시 9개월 만에 월 거래 금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약 1년 6개월 후에는 월 거래액 5조원과 회원 수 80만명을 달성했다.
사실 증권플러스는 송 회장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다. 하지만 두나무라는 스타트업을 벤처업계와 증권업계에 크게 알릴 수 있었다. 두나무 4대 주주 우리기술투자 등 재무적 투자(FI)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점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증권플러스에 청년층을 비롯한 중년층이 유입되는 것을 보며 모바일 자산운용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을 눈여겨봤다. 2017년 당시는 가상자산 시장 성장세가 꿈틀거리던 시기다. 송 회장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송 회장은 업비트 개발에 매진했다. 코빗을 비롯해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 4개 거래소가 원화를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본인만의 철학이 깃든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6개월 뒤 업비트를 세상에 내놨다. 송 회장은 이 시기를 "골방에서 고민한 한 달의 시간을 상상하기만 해도 몸서리가 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업비트 1위 찍고 은둔의 경영자로
송치형 회장은 '편의성'과 '접근성'에 집중했다. 당시 가상자산 개념 자체가 익숙치 않고 거래소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직관적인 UI/UX를 제공했다. 증권플러스 시절부터 이어온 카카오와의 협업으로 카카오 간편 로그인을 연동했다. 온 국민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던 시기었다.
또한 당시 빗썸·코빗이 10~20개 수준의 상장 종목만 다뤘던 반면 업비트는 초기에 110여 종을 거래 지원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갔다.
업비트는 "사용해 보니 정말 편하다"라는 평가에 힘입어 빠르게 이용자를 흡수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빗썸을 제치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 무렵 송 회장은 이석우 전 대표를 영입하고 사내이사 의장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기 시작한 이유다. 송 회장은 개발자로 돌아갔고 두나무 최대주주로 남으며 모습을 감췄다.
이후 그는 업비트 출시 초기 'ID8' 허위 계정을 만들어 자전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수사를 받았다. 해당 혐의는 2020년 1심 무죄를 받았고 2023년 2심 무죄, 2024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은둔의 경영자에서 전략가로…네이버와 새 판 짜기
송 회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2021년 말이다. 그는 'UDC 2021'에 등장해 세션을 맡았고 ESG 경영을 선언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도 이 무렵 설립됐다.
2022년에는 직함을 의장에서 회장으로 바꿨다. 외부 행보를 늘려가기 위한 행보다. 얼마 후 두나무는 자산총계가 10조원을 기록하며 가상자산 업계 최초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편입됐고 송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으로 고객 예치금이 늘어나며 자산총계가 늘어난 탓이다. 당시 두나무의 고객예치금만 약 5조8120억원이었다.
그는 2024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동일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열사, 친족간 자금거래가 없을 경우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동일인을 지정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동일인은 두나무로 지정됐다. 이 시기 송 회장은 최수현 네이버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만나며 다음 협력관계를 물색했다.
송 회장은 현재 다시 은둔의 경영자로 돌아갔지만 두나무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빗썸이 최근 공격적 영업으로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두나무는 'UDC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위한 레이어2 체인 '기와'를 공개하며 다시 한번 '혁신 DNA'를 증명했다. 네이버에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넘기며 협력 관계도 돈독히 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의 금융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지분 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결합을 논의하며 또 다른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