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4공장(P4) 페이즈(PH)2와 PH4의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장 개설과 마감 공사에 각각 1조8000억원씩 총 7조원가량이 투입되는 외형 공사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P4 PH2와 PH4 현장에 작업지시서가 내려왔다. 통상적으로 작업지시서가 내려오면 2~3개월 후에 본공사에 들어간다"며 "공식적으로는 오는 11월 착공인데, 선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부분들은 당장 9월부터 작업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속도도 전반적으로 빨라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그간 미뤄왔던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간 P4 PH2와 PH4는 현장 개설 시점조차 확정되지 않을 만큼 진척이 미진했다.
현장에서는 투자 가속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장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E&A 인프라팀에서 P4에 타워크레인 12대를 설치해야 해 (이 때문에라도) 당장 9월부터 선공사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타워크레인은 팹 외부 공사가 마무리된 후 자재 등을 내부로 반입할 때 사용된다. 반도체 장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반입해, 타워크레인이 철거되기 시작하면 전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이 밖에 PH2, PH4 현장 설계 및 감리 등은 7월 말부터 선발대를 동시 투입해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삼성전자는 PH2와 PH4를 파운드리 전용 라인으로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을 감안해 섣불리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PH2는 D램, 낸드, 파운드리, 패키징 등 다양한 라인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팹'으로의 전환이 검토되기도 했다. 아직도 PH2를 D램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지 하이브리드 팹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D램 생산라인인 PH4는 아예 진척 자체가 없었다. 그간 다른 팹 공사를 담당하던 인력들이 임시 현장 사무실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한 관계자는 "PH4는 특히 서둘러 마감 공사를 시작한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바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투자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금 투입도 들어가는 모습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PH2와 PH4는 현장 개설과 마감 공사에 각각 1조8000억원가량 투입된다. '깡통'만 만드는 데 총 7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7월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공장(P3) 완공하는 데만 50조원이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P4 역시 그 정도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장비 값이 조단위라 마감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기류가 변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공사를 진행 중인 P4 PH1, PH3은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낸드플래시 메인 팹으로 설계됐던 PH1의 경우 낸드와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함께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변경된 후 기계설비 마감단계에 접어들었다. D램 제조 라인인 PH3은 지난 6월부터 기계설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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