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마무리한 DN솔루션즈가 돌연 상장 절차 연기를 선언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DN솔루션즈는 증시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 정세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 상장 재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동대표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은 대어급으로 꼽히는 DN솔루션즈의 IPO 주관이 무산돼 IPO 실적 선두경쟁에 차질이 생겼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이날 한국거래소에 IPO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부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DN솔루션즈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이를 감안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의 합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DN솔루션즈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5영업일 동안 국내 기관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희망 공모가(6만5000원~8만9700원) 하단에 수요가 몰려 아쉬움을 남겼다.

해외 기관 대상으로도 14일부터 28일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분위기가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 등으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투자심리에도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DN솔루션즈는 글로벌 3위 공작기계 기업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만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은 대어다. 공모자금만 1조원을 상회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2조1120억원)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업구조가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미·중 글로벌 무역분쟁 격화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최근 IPO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판매 구조를 갖고 있어 관세 불확실성은 오히려 점유율 확대의 기회"라고 강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공동대표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대표주관실적만 5000억원 이상 쌓을 수 있던 절호의 기회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LG CNS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던 KB증권을 제외하면 대표주관 실적 1위였기에 대어급인 DN솔루션즈 IPO가 간절했다.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일 기준 국내 증권사 IPO 대표주관 실적은 KB증권이 4건, 3023억원으로 1위, 미래에셋증권이 6건, 1817억원으로 2위였다.

KB증권의 다른 대어급 IPO 일정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DN솔루션즈의 상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선두를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반기로 예정된 SK엔무브의 IPO도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공동대표주관을 맡은 만큼 압도적인 IPO실적 선두 등극을 위해선 DN솔루션즈의 IPO 완주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한화에너지 주관사 선정 실패와 제노스코 상장 미승인, 이번 DN솔루션즈 IPO 철회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선두 탈환 가능성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