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37년간의 여정을 마쳤다. 3월 25일, 향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한 그는 회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를 한 주역이다. 자타공인 'TV 전문가'로서 혁신과 도전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TV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으로 우뚝 서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한 부회장은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뤄냈다.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등을 거쳤다. 2017년부터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맡아 전사 TV 사업을 이끌었으며, 5년 만인 2021년 말에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평생을 TV 전문가로 살아온 만큼, '코뿔소'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입사 후 석사나 박사 과정과 같이 학업을 병행한 다른 임원들과 달리, 오직 일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내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항상 사업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차세대 제품인 마이크로 LED TV까지 수많은 제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한 부회장의 '디테일'은 회사의 경영 방침을 고수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4년,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TV 판매는 0.6초의 승부"라고 표현했다. 그보다 10년 전인 2005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세계 디자인 격전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요 사장단에게 했던 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다.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의 첫 인상과 소비자 반응을 중요한 사업 전략으로 삼아왔다.
지난 1월 열린 미국 CES 2025에선 "예전 선대회장께서 '여러분이 하는 사업이 10년 뒤에도 성장할 것이라 생각지 말아라'고 말한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이러한 책임감에 기반해 기술개발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한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핵심 컨트롤타워의 한 축을 잃었다.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직뿐만 아니라 TV·가전·모바일을 총괄하는 DX부문장, DA사업부장까지 역임하고 있었다. 2023년에는 DX부문장 산하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의 위원장 역할까지 추가로 맡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게 된 까닭이다.
기존 공동 대표이사 체제(한종희·전영현)는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최근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투톱 체제'를 시작한 지 불과 6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했으나, 다시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만 해도 "올해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해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한 부회장은 이날 휴식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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