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중소형 증권사 'SI증권'이 김승연 각자대표 영입 후 리테일(개인고객)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명 변경을 출발점 삼아 향후 개인투자자 대상의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으로 발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I증권은 조만간 이사회 및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사명을 바꿀 방침이다. 앞서 SI증권은 11월 중순 특허청에 '넥스트증권'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SI증권은 지난 10월 김승연 전 토스증권 대표를 새 각자대표로 맞이한 뒤 사명 변경 추진을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가 천명한 리테일(개인고객)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개인투자자가 좀 더 기억하기 쉬운 회사 이름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I증권은 중소형 증권사인 데다 기업금융에 주력했던 만큼 개인투자자 인지도가 높지 않은 곳이다. SI증권의 전신은 1997년 출범한 현대선물이다. 그 뒤 하이선물‧VI금융투자를 거쳐 2022년 12월 증권투자중개업을 등록하면서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선물회사로 시작했던 만큼 SI증권은 파생상품이나 선물거래 중개를 주력 사업부문으로 삼아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SI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수수료수익 221억원 가운데 147억원(66.5%)를 국내외 파생상품시장 수탁수수료가 차지할 정도다.

다만 SI증권은 2022년 증권투자중개업 등록과 함께 신한투자증권 리테일그룹장 출신인 이선훈 전 대표(현 신한투자증권 대표 내정자)를 각자대표로 영입했다. 그때부터 SI증권이 리테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전 대표의 후임자 격인 김승연 대표 역시 리테일 부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구글‧틱톡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온라인 플랫폼 및 광고 마케팅 사업을 맡았다. 그 뒤 2023년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토스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그의 재임 기간에 토스증권은 2023년 첫 순손익 흑자를 달성했고 2024년 상반기 순이익은 224억원까지 불어났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겨냥해 해외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확대한 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로 1141억원을 거뒀는데 전년동기대비 120.4% 급증했고 증권사 전체에서도 4위 수준이다. 해외주식 월간 거래대금 수준으로는 11월 31조5400억원을 기록해 업계 선두를 차지할 정도다.   

이런 리테일 부문 성공에 주목해 SI증권이 김 대표를 맞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김 대표 영입 당시 이병주 SI증권 각자대표는 "향후 B2C(기업대개인) 리테일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취임사를 통해 "SI증권은 AI(인공지능)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리테일 사업 강화 기조가 실적 반등세를 뒷받침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SI증권은 2022년 적자였으나 2023년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영업이익 26억원, 순이익 21억원을 각각 거두면서 양쪽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