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국내 렌터카 시장 1위를 달리는 롯데렌탈이 롯데그룹 품에 안긴 지 9년 만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어피니티는 앞서 업계 2위 SK렌터카도 품에 안은 만큼 향후 렌터카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년간 '롯데' 타이틀을 달고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별도 운영체제 종료 후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와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2039만6594주)다. 

롯데그룹은 기존 투자금에 더해 웃돈까지 챙기는 '남는 장사'에 성공한 모습이다. 실제 매각 과정에서 롯데렌탈 주당 가치는 7만7115원으로 이날 종가(3만3350원) 대비 2.3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 매각 금액은 1조5729억원으로 롯데그룹이 2015년 롯데렌탈 인수 당시 베팅한 투자금(1조200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4000억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롯데렌탈 인수 매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는 '탄탄한 수익성'이 꼽힌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렌탈의 영업이익률은 10%에 달한다. 

롯데렌탈은 최근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풀리게 됐다.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흔들리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착수하면서다.

다만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 인수된 후에도 3년 간 '롯데' 브랜드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기간 어피니티가 지난 8월 인수한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매매대상에서 제외된 잔여 주식(181만5469주)은 호텔롯데 등 기존 주주들이 계속해서 보유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렌탈과 SK렌터카 간 별도 운영 체제가 종료된 이후 합병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양사가 합병한다면 연간 매출액이 4조원을 훌쩍 넘는 거대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023년 롯데렌탈과 SK렌터카 연간 매출액은 각각 2조7523억원, 1조4028억원으로 집계됐다. SK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2위 업체로 평가 받는다.

롯데렌탈이 본업인 렌탈 위주로 사업구조를 다시금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부적으로 롯데렌탈이 보유한 카셰어링(차량공유) 사업 투자 지분이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해당 지분을 팔아 수익을 챙기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는 논리다.

롯데렌탈은 현재 카셰어링 서비스 브랜드 '롯데렌터카 G car'를 운영하는 자회사 그린카 지분 84.7%를 쥐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 2대 주주(지분율 25.73%)로도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양해각서 체결 후 실사 및 구체적인 거래 조건 협상을 통해 주식매매계약 최종 내용이 결정될 예정"이라며 "계약 체결 여부는 추후 진행 과정에 따라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매각 계약을 통해 롯데렌탈은 창립 이래 주인이 4번이나 바뀌는 신세가 됐다. 롯데렌탈은 1986년 설립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렌터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2010년 KT에 매각돼 KT렌탈로 새롭게 출범했다. 2015년에는 롯데그룹에 인수돼 롯데렌탈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