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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에 마케팅을 허하라
최광석 기자
2024.11.14 08:00:30
PVA 피하려 의도적 판매량 조절…탄력적 제도 운영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올 한 해 동안 A의약품의 처방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사용량 약가 협상 대상 품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상황입니다. A의약품에 애정을 가져준 모든 분들에게 송구스럽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고객사와 상생하기 위해 2024년 11월부터 12월까지 처방실적에 대한 수수료 산정이 불가합니다."


위 글은 B제약사가 최근 위탁판매업체(CSO)들에 보낸 공문의 일부다. 올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의약품 처방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실적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CSO들의 영업활동 중단으로 회사 제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일종의 '디마케팅(Demarketing)'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매출과 수익의 극대화다.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팔고 이익을 남기려는 노력이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B제약사는 처방이 크게 성장한 상황을 '위기'라고 표현했다. 무엇이 기업의 정상적인 매출 확대 노력을 위기로 만들었을까. 


이 현상의 이면에는 많이 팔면 가격을 깎는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제(Price-Volume Agreement, PVA)'가 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특정 약제의 분석대상기간 동일 제품군 청구액이 협상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과 제약사가 합의했던 예상 청구금액의 일정수준을 초과하거나 분석대상기간 전년도 청구액의 일정수준을 초과할 경우 협상을 통해 약사의 상한 금액을 인하하는 제도로 2007년부터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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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위험을 공단과 제약사가 분담하고 약제비 지출의 합리성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매년 급격히 의료비와 약제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이 제도의 취지는 일정부분 수긍이 간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에 따른 약가인하는 제약사에게 엄청난 리스크다. 매출 감소와 직결될뿐더러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가역적인 약가로 인해 영구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약가를 10% 인하할 경우 판매량을 전년 대비 11% 이상 늘려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때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는 제약사의 입장도 이해되는 이유다. 


또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자칫 의약품을 과잉생산 할 경우 재고 관리 및 폐기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제약사에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기존 제품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고 이 같은 부작용은 제약사를 넘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에 해가 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올해 5월부터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 세부운영 기준을 일부 완화한 부분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아직 제약사들의 불만과 우려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구 기준 금액 추가 상향 및 예외 적용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약제비 절감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지향점이다. 두 목표 모두 완벽히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히 다다를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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