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전력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웰랑이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를 자진 철회했다. 웰랑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R&D) 기술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만큼 이 시점에 맞춰 IPO를 재도전할 계획이다. 외형을 끌어올려 더 높은 기업가치로 시장에 입성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웰랑은 지난 1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본부에 예비심사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25일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으로 IPO 닻을 올린 지 3개월여 만이다. 웰랑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지난주 유한책임투자자(LP)들에게 IPO 철회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웰랑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웰랑의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만큼 향후 더 높은 몸값으로 시장에 입성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지난 2019년 184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497억원으로 5년 새 16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52억원으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웰랑은 그간 신성장 동력으로 개발해 온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드라이버 집적회로(IC)를 내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크기가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LED다. 크기가 작은 만큼 디스플레이에 더욱 촘촘히 배치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DE) 수준의 TV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미니 LED IC의 경우 웰랑의 주력 부문인 앰프 IC보다 매출 잠재력이 높다. 앰프 IC는 TV 한 대당 많아야 8개밖에 사용하지 않는 반면 미니 LED IC는 많게는 TV 1대당 100개 이상 사용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미니 LED IC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앰프 IC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웰투시인베스트 관계자는 "미니 LED IC 등 내년에 주요 제품들의 출시를 앞둔 만큼 웰랑의 사업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간 개발한 기술들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시점에 맞춰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린 뒤 내년 하반기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웰랑은 2002년 설립한 전력반도체 펩리스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오디오 앰프 IC와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솔루션 등이다. 특히 오디오 앰프 IC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수의 글로벌 TV 제조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오디오 앰프 IC는 고품질 신호 처리기술을 통해 TV의 음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웰투시인베스트는 지난해 8월 830억원 가량에 웰랑을 인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웰랑이 보유한 독보적 입지와 더불어 국내 펩리스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LG전자 부사장 출신의 최승종 대표를 영입하며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고객사 확대 ▲R&D 역량 강화 등을 중점에 두며 기업 밸류업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