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현 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신임 대표가 최근 악화 중인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KT가 그룹 내 요직을 친정부 인사로만 구성한다는 일명 '낙하산'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최영범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대대적인 수익 강화 움직임을 예고했다. 최 대표로선 최근 업황 악화 속에 한층 둔화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아울러 모기업 KT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김영섭 KT 대표 취임 이후 검찰·친정부 인사가 대거 영입되며 고질적인 '낙하산' 행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 허태원 KT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김후곤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 이용복 법무실장, 추의정 감사실장 등 검찰 특수통이 요직에 배치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적인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그룹사까지 총 6명의 검찰 출신이 배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총선 이후엔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대거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 대표가 그룹이 아닌 회사 이익을 우선 순위에 두고 수익 개선에 나서야 낙하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모기업 KT와의 망 사용료 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입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KT 유무선망 사용료에 전년 대비 21.12% 늘어난 1187억원을 투입하면서 공정 거래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자회사 스카이TV가 KT의 자회사 스튜디오지니로부터 무분별한 콘텐츠 방영권을 구매하는 등 그룹 사이 내부 지출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기업이 약탈해간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여론이 크게 악화한 만큼, 올해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앞으로의 (최 대표) 입지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근본적으로 미디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사업 등 수익 개선 전략을 한층 다각화 해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AI를 적극 융합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ENA 채널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되 차별화된 콘텐츠 로드맵을 앞세워 새로운 고객경험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대표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선 "언론사 등을 거친 미디어 업계 전문가로, 스카이라이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KT스카이라이프는 3년째 실적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감소한 142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26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6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위성·케이블TV가입자가 감소하고 인터넷·모바일 등 신사업 수익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앞서 지난 2021년 유선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한 HCN은 수익성 개선이 늦춰지며 지난해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