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1966년 부친인 故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부름을 받고 기업인 인생을 시작한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고인은 '기술 경영' 중심의 경영활동을 펼치며 효성을 이끌었다. 조 명예회장이 직접 연구개발을 지시한 '섬유의 반도체'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은 세계 1등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조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경남 함안 출신인 조 명예회장은 경기고로 진학해 1학년을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히비고와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그 후 미국에서 일리노이대 화학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대학교수를 준비했다. 당시 부친은 동양나일론을 세우고 종합 화섬사로의 도약을 시작하던 때였다. 이때 조 명예회장은 부친의 부름을 받고 동양나일론 울산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해 나일론사업을 성공리에 안착시켰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이 1982년 조홍제 선대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 중시 경영을 펼치며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일찍이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조홍제 선대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 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조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난 것은 2017년. 1966년 동양나일론에 입사한 뒤 51년 만이며 회장직에 취임한 후 35년 만이었다. 그동안 효성은 총자산 규모 11조원(2016년 말 기준) 이르는 재계 26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섬유·첨단소재·중공업·화학·무역·금융정보화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효성 사업보고서(1998년 결산)에 따르면 당시 매출 8051억원을 기록했는데, 조 명예회장이 퇴임한 2017년 말에는 무려 15배 이상 증가한 12조5464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처럼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위상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효성은 매출 80%를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일 만큼 수출지향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나아가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 걸쳐 50여개 제조 및 판매법인과 30여개의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