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3개월 간격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다, 폐수 무단배출 혐의로 조업정지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영풍그룹 경영 결정권을 가진 장형진 고문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만 정작 그는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데 열중하고 있어 오너 일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이 경북도청을 상대로 제기한 '조업정지(60일)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북도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영풍 측은 오염된 폐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유출만으로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며 항소심을 진행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조만간 항소심 재판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1심은 도청의 손을 들어줬으며 항소심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말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일부 공정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독성 가스 사망사고'로 일부 공정이 중단된 데 이어 이달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까닭이다. 관계당국에서 조사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조업정지 처분까지 내려지면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본업인 제련 사업도 부진하다. 영풍은 지난해 별도 기준 14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본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영풍의 한 줄기 빛은 배당 수익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을 비롯해 종속회사로부터 걷어들인 배당금은 총 1672억원에 달했다. 비용부담이 컸던 탓에 당기순손실(430억원)은 불가피했으나 배당 수익마저 없었다면 더 큰 손실을 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영풍 뿐만 아니라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로 범위를 넓히면 고려아연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은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씨 일가의 지분은 총 32.1%로 주식수는 671만3921주에 달한다. 최근 고려아연이 2023년 결산 배당금을 1주당 5000원으로 확정한 만큼 영풍을 포함한 장씨 일가가 얻을 배당수익은 336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 고문은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가족회사 씨케이와 에이치씨를 앞세워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데 열중하고 있다. 우선 씨케이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32차례에 걸쳐 4만6342주를 샀다. 아울러 석포제련소 독성가스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에도 총 2만7968주를 장내매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에이치씨도 올 2월부터 이달 5일까지 1만6659주를 매입했다. 

장 고문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열중하는 사이 장 고문과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지는 모양새다. 12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는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으로 다시 고려아연 지분을 사고 있는데, 석포제련소 안전경영을 위해서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석포제련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노후 설비도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