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IP(설계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절대강자인 TSMC에 비해 확보한 IP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지자 IP설계 업체와의 협력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다시 높아지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IP 확보가 중요하지만 업력과 기술력, 사업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GAA(Gate All Around)기술 기반 반도체 공정에 ARM의 시스템 온 칩(SoC) IP를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퀄컴, 미디어텍, 애플, 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업체가 ARM의 IP를 활용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업체에 있어 IP는 고객사인 팹리스로부터 제품을 수주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를 설계할 때 라이선스 수수료를 내고 기존 완성돼 있는 IP를 가져온다. 이후 해당 IP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다시 파운드리에 맡겨 완성품을 생산한다. IP가 공정 수율이나 제품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는 확보된 IP가 부족할 경우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칩을 설계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ARM과의 협력 강화에 나선 이유는 대만 TSMC에 비해 확보한 IP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4500여 개의 IP를 확보한 반면 경쟁사인 TSMC는 약 5만5000개의 IP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이후 3배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양사의 IP 수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업력과 점유율, 기술력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지금까지 애플이나 퀄컴 등 대형 팹리스 위주로만 사업은 운영해온 것도 삼성전자에 독이 됐다. TSMC는 중소형 고객사 수주도 많았기 때문에 IP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도 "반도체 IP 역시 기존 IP는 물론, 신규 IP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파운드리라는 산업 자체를 만든 곳이 TSMC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회사의 IP가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로열티를 내고 IP를 사거나 빌려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IP를 늘려야 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IP는 통상 제품 개발·검증에 최소 2년∼2년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고객사들이 원하는 반도체에서 적용하면서 잘 구동되는지 여부를 검증해야만 IP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처럼 IP 신뢰도를 쌓는 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에 대한 다양한 원인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IP도 늘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케이던스, 시놉시스, 알파웨이브세미 등 파운드리 IP 포트폴리오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IP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며 "곧바로 IP가 크게 늘어나는 건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하고 특히 GAA 등 선단공정에 최적화해 TSMC에 대항할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