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온라인·모바일 앱을 통해 펀드 직접판매(직판)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판매보수 규모가 수백만원에 불과한 곳도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의미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ETF(상장지수펀드) 호황 등의 여파로 서비스를 접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별도 기준) 펀드 직판 앱 '파인'을 통해 거둔 판매보수는 479만원으로 집계됐다.

파인은 2021년 5월 출시된 펀드 직판 앱이다. 한화자산운용의 펀드 전문가가 추천하는 자사 펀드 종목들만 모아놓은 플랫폼이기도 하다. 파인 이용자는 현재 일반 펀드 20종, 연금 펀드 18종 중 원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

파인 출시 직후인 2021년 한화자산운용은 파인 판매보수로 52만원을 거뒀다. 그 뒤 연간 판매보수는 2022년 311만원, 2023년 479만원으로 집계됐다. 판매보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은 1000만원도 안되는 수준이다.

물론 한화자산운용은 파인을 통해 판매한 펀드의 운용보수 역시 거두고 있다. 이 운용보수가 판매보수보다 많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파인을 통한 수익이 한화자산운용의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파인은 출시 당시부터 공격적 마케팅으로 키우는 전략이 아니라 펀드 생산자로서 타깃 고객에게 선별된 펀드를 제공하고 펀드 투자 경험을 함께하는 '투자 메이트'의 가치를 두고 만들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 외에도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자체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를 하고 있다. 두 곳 모두 투자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펀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는 일반적인 펀드 판매와 비교했을 때 증권사나 은행 등의 중간 판매 기관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비교적 낮은 판매보수를 내고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나마 KCGI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를 통해 일정 수익을 거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펀드 지판을 통한 판매보수는 KCGI자산운용 15억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9억원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는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자산운용사의 공모펀드 상품만 팔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투자자가 주식처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ETF가 인기를 끌면서 공모펀드의 인기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를 접는 자산운용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9년 12월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 'R2'를 내놨다가 2023년 5월 운영을 중단했다. BNK자산운용도 2022년 11월 출시한 모바일 앱 '븐크' 서비스를 2023년 9월 접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대체로는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는 운용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고는 보기 힘들다"며 "자산운용사들의 사업 중점이 ETF로 옮겨가고 있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