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공략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했다. 자동차 거대시장인 미국은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한편 국내시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중간기점으로 니즈가 확대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 다양화로 대중성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올해 10월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IRA(인플레이션감소법)를 등 더욱 치열해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기를 더 앞당기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IRA 규정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특정 조건의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요건을 맞추지 못해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에서는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HMGMA 가동이 본격화되면 IRA 수혜 범위가 일반 소매 차량에도 확대돼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 EV9도 올해 2분기 중 기존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공장(KaGA)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IRA의 세제혜택이 기대되고 있다. 아직 차종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에 추가적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혜택이 적용되는 리스·렌탈 등 상업용 판매 전략으로 작년 미국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한 바 있다"며 "현지생산에 따른 보조금까지 받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던 전기차의 판매 증가세가 다소 둔화됨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에도 힘을 주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엔진과 시스템 개발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네시스는 2025년 신차부터 모두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성장세 둔화와 현지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팰리세이드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하이브리드차 투트랙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자영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28% 성장한 48만대 판매가 목표"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30년에는 하이브리드의 매출 비중이 15%, 전기차가 34%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