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이 지난달 취임한 가운데 이 회사가 첫 군인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세간의 기대와 다르다. 이효구 전 부회장이 기업공개(IPO)를, 김지찬 대표가 수출 확대를 이끌었다면 신 사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미래 사업 육성이다. LIG넥스원은 크게 ▲드론 ▲로봇 ▲우주 사업을 먹거리로 삼고 있다. 중요한 건 '민수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다.

LIG넥스원 경우 민수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순수 방산 기업이다. 이에 장성 출신 CEO에게 회사가 거는 기대 역시 남다르다. 신 사장 취임 당시 LIG넥스원은 "신임 대표이사는 미래 기술 개발은 물론, 회사의 중요 과제인 우주 및 유무인 복합체계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LIG넥스원은 신 사장 부임 한 달 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센터'를 강화했다. 부문제 도입으로 책임성을 강화한 한편, 산하 '투자포트폴리오실'을 '신성장포트폴리오실'로 바꿨다. 신성장포트폴리오실에는 방산 기업을 넘어 일반 제조업 기업들의 전략기획실을 거치거나 글로벌 컨설팅 업체를 거친 이들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포트폴리오실 시절에는 방산 중심의 벤처캐피털(VC) 성격이었다면, 올해는 로봇·반도체·배터리 등 민수 사업 진출에 힘을 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신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읽히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미국 로봇 개발·제작 업체 고스트로보틱스(GRC) 인수도 신성장포트폴리오실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GLC는 4족 보행 로봇 분야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세계적 기업으로 꼽히며, 이미 미 공군에서 GRC의 4족 보행 로봇을 순찰용으로 활용 중이다. 이번 지분 투자는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함이란 것이 LIG넥스원의 설명이다.

신 사장이 전문성을 살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드론이다. 그는 LIG넥스원에 입사한 2017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에서 보냈다. 해당 사업부는 드론 및 안티드론 시스템을 포괄하는 곳으로, LIG넥스원의 민수 진출을 위한 대표적 교두보다. 안티 드론에서는 이미 공항 중심으로 사업화에 착수했다. 지난해 김포국제공항에 불법 드론 탐지를 위한 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국가 중요 시설인 공항을 드론 테러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우주 분야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시스템이 위성 발사에 주력 중이라면, LIG넥스원은 탑재체를 겨냥하고 있다. '초소형위성체계 합성개구레이더(SAR) 검증위성' 사업에서 KAI의 SAR 탑재체 분야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한국형 GPS' KPS 구축이 거론된다. 총 4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사업으로, '누리호' 등 발사체보다 인지도는 약하지만, 중요도는 못지 않은 사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감시 정찰 ▲우주 항공 ▲유도 무기 ▲통신 ▲항공 전자·전자전 등 방위 사업 전 분야에서 쌓아 온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한편, 신규 사업 확대와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