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에 대한 투심이 그룹 지원여력에 따라 엇갈린 가운데, 이달 중소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공모조달에 나선다. 이들 중소형사는 공통으로 신용등급이 AA- 수준으로 높은 데다가, 그룹 지원가능성이라는 든든한 뒷배까지 갖춰 기관의 우호적인 매수세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신용등급 AA-)은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40bp(1bp=0.01%포인트), 3년물은 ±3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새해 들어 지난 한 달 사이 공모채 발행에 나선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AA0), 삼성증권(AA+), KB증권(AA+), NH투자증권(AA+) 등이었다. 모두 초대형 증권사로 꼽히는 곳들이지만 시장의 수요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룹 지원여력을 갖춘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은 모두 조(兆) 단위 매수주문을 받았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나서 6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모집액 기준 낙찰금리도 만기별로 개별민평금리 대비 15~29bp 높은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서,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기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룹 내 실질적인 지원 주체라는 점에서 시장의 투심이 위축된 것이었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기관의 선호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달 중소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투심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을 필두로 이달 한화투자증권(AA-), 현대차증권(AA-)이 수요예측을 거쳐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연초에 비해 매수세가 한층 강해진 점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사태가 진정되면서 안도한 시장이 적극적인 회사채 투자에 나서고 있는 추세"라며 "금리 인하가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연내 단행될 것이라는 점이 회사채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대만 유안타증권의 지원가능성을 갖췄고 한화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도 각각 한화자산운용, 현대자동차 등을 최대주주로 둬 그룹 지원여력이 돋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 대형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투심도 은행계열 등 그룹 지원여력에 따라 나뉘었다"며 "이번 발행 증권사들도 AA- 수준의 우량한 신용등급과 그룹 지원가능성을 갖춘 곳들로 구성돼 수요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민평금리보다 금리는 다소간 높아질 수 있겠지만, 모집액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안타증권은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모집액 1500억원은 채무 상환에 사용할 예정으로, 증액 시 추가 조달하는 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