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짐에 따라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 이에 2심에서도 이 회장이 1심과 같이 일주일에 2~3차례씩 법원 출두가 이어질 경우 투자 등 의사결정 지연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을 계획·추진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 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5일 열린 1심 선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고의를 인정하기 힘들고,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 등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검찰이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아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2심이 시작될 경우 다시 수년 간 재판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1심 심리는 무려 3년 5개월 동안 이루어졌으며 이 기간에 재판은 총 106회가 열렸다. 이 회장은 이중 95회 출석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동행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출석했던 셈이다. 

이에 2심 재판 일정으로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 다시 제동이 걸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1심 판결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또다시 회사의 분식회계 혐의를 들어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이 회장의 발목이 또다시 잡히면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 시계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일찍이 바이오 분야를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룰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집중 육성해 왔고, 지금까지는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바이오 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해 왔다"면서도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의 의사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쟁력 제고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확대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어야 하기 때문에 1심 무죄 판결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으며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연간 수주액 역시 3조5009억원을 기록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대형 글로벌 제약사) 20곳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결과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뉴스위크와 스태티스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 중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2위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