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회피논란(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간 중점 내용이였던 밀다원 주식거래 가격의 적정성 판단에서 법원이 SPC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SPC그룹 오너일가의 증여세 감축액 보다 손해보는 금액이 더 많아, 경제적인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2022년 12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012년 말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 등이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SPC삼립에 매각하도록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2012년 지배 주주가 특수관계인 법인과 거래로 이익을 볼 경우 증여와 같다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2013년 1월부터 실행됐다.

이 규제로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일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의 지분을 팔지 않으면 매년 증여세 8억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밀다원은 2011년 72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SPC삼립 등 특수관계자 비중이 97.7%(713억원)에 달해 증여세 부과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허 사장 ▲허 부사장 ▲파리크라상 ▲샤니 등의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2012년 말 SPC삼립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 가격보다 싼 금액으로 팔아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봤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밀다원의 주주들이 SPC삼립에 매각한 금액은 1주당 255원이지만 검찰은 이보다 6.3배 가량 많은 1595원을 적정가격으로 추정했다. 이에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각각 입은 반면 삼립은 반대로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봤다며 허영인 회장 등을 고소했다.

즉 이번 재판의 쟁점은 밀다원 주식 가격의 '적정성'이 핵심이였던 셈이다. 검찰은 2008년 밀다원 주식의 취득가액이 1주당 3038원이었던 점과 2011년 12월 1180원으로 평가받은 점을 고려해 대검 회계 분석관이 적정가격을 1595원이라고 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벌어진 첫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추정가액 적정성을 지적했던 것에 이어, 1심 최종 판정에서도 SPC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첫 재판에서 "1595원으로 산정한 근거가 공소장에 한 줄 밖에 표현되지 않았다"며 "어떤 기준에서 적정가액을 판단했는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1심에선 "삼립 주식을 일부만 갖고 있는 허 회장으로서는 저가로 지적된 255원보다, 오히려 검찰이 적정 가격으로 제시한 1595원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매도할 때 역설적으로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배임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추정액을 적용하면 ▲파리크라상(121억6000만원) ▲샤니(58억1000만원)▲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17억7000만원)은 총 215억2000만원 가량의 매각차익을 더 얻을 수 있었다.

법원은 "허 회장의 아들에게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7억여원의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손해를 감수한다는 게 경제적 관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