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국내 최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4'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열었다. 관람객 사이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부스에서 만난 관계자 반응은 뜻밖으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에도 업황 반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모습이었다. 

1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세미콘코리아에는 약 500개사가 참여, 2100여개 부스를 꾸렸다. AI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행사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행사 개막 전 거론되던 예상 관람객은 최대 7만명. SEMI 관계자는 "행사 열기가 내일까지 이어진다면 실관람객은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사 개막 당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하면서 업황 반등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우리나라 간판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모두 전기대비 10%대 상승했다. 가격 프리미엄이 높은 HBM이 범용성 제품 부진을 상쇄하면서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소부장 업체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공장(팹) 가동률이 높아지면 소재나 부품 제조사는 수혜를 받는다. 장비 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자본적 투자(CAPEX)로 인한 생산능력(CAPA) 확대가 아니면 장비를 납품할 일은 많지 않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 위주로 투자를 줄이면서 낙수 효과는 일부 장비 제조사에만 적용됐다. 

이날 만난 복수의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칩과 칩을 쌓는 '본딩 공정'에 적용되는 장비처럼 HBM에 특화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생성형 AI 수혜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물론 다운사이클이 극심했던 지난해보다는 올해 연초가 낫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체감온도는 낮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가 감산을 멈추고 생산량을 의미 있게 늘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CAPEX 확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뒤에야 소재와 부품 주문은 물론, 장비 발주까지 평년 수준으로 이뤄지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감산이 모두 끝나려면 올해 4분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큰손(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서 투자 축소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못해도 내년 1분기는 돼야 소부장 업체까지 포함한 업황 반등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