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3조5684억원, 영업이익 912억원, 당기순이익 8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4조9220억원) 대비 27.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783억원) 대비 16.4% 증가, 순이익은 전년(-502억원) 대비 흑자전환을 이뤘다. 호텔신라의 사업부문은 크게 TR(Travel Reatil, 면세업)과 호텔·레저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TR면세 부문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2023년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으로 내국인 출국객과 외국인 입국객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등 사업환경이 정상화된 한 해였다. 지난해 8월에는 사드 배치 이후 6년반 만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되기도 했다.

국내 면세점들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일반 고객이 줄어들자 40%대 후반까지 올려줬던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따이공) 송객수수료를 지난해 초 20~30%대까지 낮췄다. 다이궁은 '물건을 대신 전달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상 면세점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다이궁에게 송객수수료를 준다.

다이궁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이들과의 거래가 줄어 매출은 감소했지만, 수수료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다. 본업으로 발생한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 마진(EBITDA/매출)은 2022년 4.2%에서 지난해 6.1%로 1.9%p 증가했다.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졌다. 2022년 부채비율은 444%였지만 지난해 394%로 50%p 줄었다.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113%에서 116%로 소폭 증가했다. 

재무구조 개선은 면세부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차료 산정 방식이 기존 고정비에서 변동비로 변경됐고 동화면세점 주식 관련 소송 종결에 따른 일회성 영업외이익 발생 등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임차료 산정 방식을 기존 최소보장액(고정)에서 여객연동임차료(변동) 방식으로 변경함에 따라 회계처리 방식 역시 리스부채 반영에서 판관비 처리 방식으로 변경했다. 호텔신라가 지난해 납부한 인천공항 보증금만 1950억원에 달한다.

또한 동화면세점 지분을 놓고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이 10여년간 끌어온 소송을 지난해 초 종결하면서 호텔신라가 채권 회수를 한 결과, 일회성 영업외이익이 발생, 자본이 확충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호텔신라의 실적은 악화됐다. 해외 면세점 임차료 증가와 체화 재고(장기간 적체된 재고) 정리로 원가율이 악화된 영향이다. 호텔신라는 ▲신라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점 ▲홍콩첵랍콕국제공항점 ▲마카오국제공항점 등 3곳의 해외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호텔신라의 관건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유입 속도와 규모라는 지적이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춘절 연휴를 전후로 단체 관광객이 얼마나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하느냐가 모멘텀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회복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팬데믹 시기 대비 완만한 회복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내실 경영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