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영원무역의 자전거사업 '스캇'이 올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데믹 전환 후 급감한 자전거 수요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스캇의 실적이 영원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은 만큼 모회사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SK증권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자회사 스캇이 올해 분기 실적은 물론 연간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자전거 수요 둔화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수요 감소로 팔지 못해 쌓였던 과잉 재고가 올해 운전자본 부담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스캇의 매출액은 9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조132억원)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93억원에서 556억원으로 60.0%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엔데믹 전환 후 스포츠 이벤트 등을 재개하면서 판매관리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캇은 1958년 미국에 설립한 자전거·스키 용품 판매 기업이다. 초기에는 스키용품 판매에 주력하다가 1986년 첫 산악자전거(MTB)를 출시하면서 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로드프레임, 카본프레임 등을 개발하면서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갔다. 현재는 매출의 80% 이상이 자전거 사업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영원무역은 스캇과 공동으로 설립한 스캇코리아를 통해 스캇의 국내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이후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인수해 계열사로 삼았다. 2년 뒤인 2015년에는 지분율을 50.01%까지 끌어올리며 스캇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총 금액은 약 1545억원이다.

스캇은 영원무역의 품에 안길 때만 하더라도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자전거 수요가 증가하는 호재가 이어졌다. 특히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전거가 유럽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자 스캇자전거 판매가 치솟았다.

2020년 스캇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8182억원) 28.2% 증가한 1조490억원을 기록하더니 ▲2021년 1조535억원 ▲2022년 1조3975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9~2022년 영업이익은 308억원→741억원→1054억원→1765억원으로 연평균 83.3%씩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호황이 끝나고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스캇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캇의 실적 반등이 요원해지면서 모회사인 영원무역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 중이다. 스캇의 덩치가 커지면서 영원무역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기준 영원무역 매출(3조9110억원)에서 스캇 매출(1조3975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5.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1.4%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후 발생한 글로벌 자전거 수요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며 "스캇이 영원무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진 만큼 스캇 실적이 영원무역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자전거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 회복이 필요한 상황은 맞다"며 "다만 스캇은 실적 모멘텀이 견실하고 인지도가 높아 향후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