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방문했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양사의 '큰 손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만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일각의 관측이다. 더욱이 아직 AI반도체 개발이 구상 단계에 머무는 만큼 실제 고객사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샘 올트먼 CEO는 25일 늦은 오후 방한해 2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이곳에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을 만나 범용 AI(AGI)칩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AI칩 설계 역량, 오픈AI의 새로운 AI 반도체 생산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오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났다.

올트먼 CEO가 이처럼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AI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 파운드리 기업과 협의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오픈AI는 올해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의 주요 업그레이드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고가의 AI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한 상태다. 앞으로 업그레이드가 발생할 때마다 고도화된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픈AI는 자체적으로 AI반도체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직접 개발에 나선 셈이다.

오픈AI는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전략을 두 가지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직접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고 그곳에서 개발을 하거나, 해외 파운드리 기업과 협업하는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공장을 설립하고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기간 역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텔에 따르면 단일 팹을 건설하는 데 6000명의 인력을 투입해도 3년이 걸리고, 총 100억 달러(약13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파운드리 기업과 협력한다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는 선두이지만 파운드리 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오픈AI가 대형 고객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오픈AI 역시 미중 갈등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한 번에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의 기대와 달리 대만의 TSMC나 UMC와의 제휴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TSMC가 수율과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에서 국내 기업들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일 외신을 통해 오픈AI가 TSMC와 AI반도체 개발을 위해 협의 중이며 오픈AI는 TSMC의 최우선 고객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오픈AI의 자체 AI반도체 개발이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제휴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오픈AI는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G42,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등을 비롯해 중동의 부유한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아직 공장 설립과 파운드리 제휴 중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만큼 AI반도체 개발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강자인 TSMC나 UMC와 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와 같이 '큰손 고객'이 될 것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