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이노텍이 올해 전사적인 비용 관리에 나선다. 지난해 LG이노텍은 사상 첫 연간 매출 20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매출의 80%를 도맡고 있는 카메라모듈에서 원가 관리에 실패한 결과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8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줄었다고 25일 공시했다. 연간 매출은 20조6053억원으로 같은 기간 5.19% 증가했다. 원재료 값, 인건비 등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 관리비가 커지면서 외형 성장에도 내실 지키기에는 실패했던 셈이다.

든든한 고객사인 애플은 이번에도 '양날의 검'이 됐다. 지난해 LG이노텍 연간 매출에서 광학솔루션사업부 비중은 약 84%. 카메라모듈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엑추에이터 내재화에 성공했지만 원재료 부담을 모두 덜어낼 순 없었다. 특히 일본 소니로부터 공급받는 이미지센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마진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은 완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부품사를 까다롭게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부품사가 부품을 납품 받는 하위 부품사나, 부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를 납품 받는 장비사까지 지정할 정도다. 하위 부품사의 경우 얼마에 부품을 납품할지까지 대신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애플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는 사실상 원재료 비용 관리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경우 '부품사에 내가 너희로부터 얼마에 이 부품을 납품받을 건데, 이걸 만들 때 반드시 이 회사 부품을 어떤 가격에 납품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정도로 힘 있는 고객사"라며 "그런 요청을 받은 부품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납품가 상한선과 원재료 가격 사이에서 어떻게든 마진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LG이노텍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제조 공정 자동화를 통해 비용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력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제품 가격을 상향, 원가 이상으로 마진을 높일 방침이다. 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전장 부품), 데이터 센터(기판 소재) 등 매출처를 다변화해 카메라모듈 의존도를 희석하는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을 통해 품질·가격 경쟁력을 강화하여 수익 기반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부품 및 고부가 반도체기판을 필두로 견고한 사업구조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이노텍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투자 규모 가이드라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LG이노텍 연간 자본적투자(CAPEX)는 1조5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줄었다. 일반적으로 LG이노텍은 고객사와 협의 후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올해 CAPEX 규모도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LG이노텍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신모델향 부품 공급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올해 CAPEX를 얼마나 집행할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