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애경산업이 스파크 등 분말 세탁세제 생산을 위탁으로 전환했다. 분말 세탁세제 판매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공장가동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은 액체·캡슐 세탁세제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위탁 생산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75년에 건설한 대전공장은 분말 세탁세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던 시설로 1987년 국민브랜드 '스파크'를 출시했다. 1997년에는 초고농축세제 '퍼펙트'를 론칭하며 분말 세탁세제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액체 세탁세제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액체 세탁세제가 분말과 달리 차가운 물에도 잘 녹아 세제찌꺼기를 남기지 않았던 데다 액체 세탁세제 사용이 수월한 드럼세탁기 보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AC닐슨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분말 세탁세제 점유율은 72%에 달했지만, 2016년 48%로 내려앉았다. 반면 액체 세탁세제는 같은 기간 22%에서 52%로 30%포인트 상승하며 분말 세탁세제를 추월했다.

애경산업 역시 2010년 액체 세탁세제 '리큐'를 내놓으며 세대교체에 앞장섰다. 해당제품은 뚜껑에 짜서 쓰는 편리한 계량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리큐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11년 190억원, 2012년 260억원 등 매년 30%를 웃도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고농축 액체 세제를 수용성 필름지로 정량 밀봉한 캡슐 세제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분말 세탁세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가루 날림이나 입구 오염 등 기존의 분말·액체 세탁세제의 단점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편리성이 뛰어나고 공간 절약이 가능해 1인가구부터 다인가구까지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애경산업은 분말 세탁세제를 생산하는 대전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분말 세탁세제의 판매에 따른 매출·영업이익 증대보다 공장 중단을 통한 매출원가 절감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던 셈이다. 

애경산업 대전공장의 가동률만 봐도 2017년~2019년 65%를 상회했지만 ▲2020년 41% ▲2021년 39% ▲2022년 33% ▲2023년 3분기 31%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애경산업의 액체 세탁세제 생산액은 2020년 805억원에서 2022년 1099억원으로 25.3% 늘었다. 해당 부분의 가동율 역시 60%안팎을 넘나 들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8월 대전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공장부지를 매각예정 유동자산으로 분류했다. 애경산업이 측정한 토지가격은 약 50억원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분말 세탁세제 시장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대전공장의 직원은 대부분 청양공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분말은 위탁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체·캡술 세탁세제 브랜드 리큐, 리큐 제트가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분말 부분의 수익성 악화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