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파두 사태' 이후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의 깐깐해진 심사 기준을 체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장하는 기업들에 대해 모두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달까지의 잠정 실적을 기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증권신고서 수정 등 금융당국의 보완 요청으로 IPO 과정 막판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IPO 추진 기업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월까지의 매출액과 손익을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두 사태로 추락한 IPO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상장 기업이었던 LS머트리얼즈, DS단석을 시작으로 올해 1,2월 상장 예정인 기업들이 증권신고서에 아직 공시되지 않은 잠정 실적을 기재하고 있다. 1월 상장을 앞둔 우진엔텍을 비롯해 2월 상장 예정인 스튜디오삼익, 케이웨더 등은 이미 지난해 온기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기입한 상태다. 오는 17~18일 일반청약을 진행하는 포스뱅크, 현대힘스는 증권신고서에 각각 지난해 10월, 11월까지의 누적 실적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파두 사태 당시 화두로 떠올랐던 상장기업 실적정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파두는 지난해 상장 과정에서 반기보고서 제출 의무를 피하며, 3분기 분기보고서 제출 시기인 11월까지 저조했던 2분기 실적을 숨겨 파장을 일으켰다. 금감원은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공모주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을 투자자들이 공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파두 사태를 계기로 IPO 추진 기업의 실적과 관련된 부분은 심사 과정에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올해 상장하는 기업들에 있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까지의 잠정 실적을 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실적을 내놓지 않거나 일부만 공개한 기업들도 있다. 2월 상장 예정인 이에이트는 현재 증권신고서에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기입하지 않은 상태다. 같은 달 상장하는 이닉스의 경우 증권신고서에 10월까지의 누적 실적과 지난해 11월말까지의 수주잔고만이 기입되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역시 상장 전 증권신고서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케이웨더와 코셈은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보완 요청을 받아 상장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케이웨더는 청약기일을 이달 22~23일에서 내달 13~14일로, 코셈은 이달 23~24일에서 내달 13~14일로 변경했다.

두 기업은 각각 투자자 위험 요소와 미래 매출 전망에 대한 보완 요청을 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웨더의 경우 IPO 간담회를 1주일 앞두고 상장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는 등 금감원의 송곳 심사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올해 IPO 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기보다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보다 꼼꼼히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건전한 기업들의 IPO는 빨리 진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