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금융당국이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트랙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제도 개선 방안으로 하위 시장 개설, 거래소·주관사 책임 강화, 전문 기관투자자 투자 참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례상장 기준 상향 시 기존 상장 트랙과의 차별점이 없어져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글로벌 자본시장 트렌드에 맞춰 하위시장을 개설해 특례상장사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 홍콩, 캐나다, 영국 등은 메인 시장 이외에 나스닥 캐피탈, GEM, TSX.V, AIM 등의 하위 시장을 개설해 유망 벤처 캐피털들에 상장 기회를 주고 있다. 미국 나스닥의 하위 시장인 캐피탈 마켓은 자기자본 500만 달러 이상, 홍콩 GEM 시장은 시가총액 1억5000만 홍콩달러 이상, 캐나다 TSX.V 시장은 연 매출 500만 캐나다달러 이상 등 비교적 낮은 상장 기준을 요구한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상위 주식시장과 하위 주식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나스닥의 경우 글로벌, 글로벌 셀렉트, 캐피탈 등으로 티어(Tier)가 3단계로 나뉘어 있어 투자자들이 각자의 성향에 맞는 시장을 선택하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내 코스닥 시장은 일반 상장, 특례 상장, 이익 미실현 요건(테슬라 요건) 상장기업 등이 뒤섞여 있어 투자자들의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전문 투자가들을 수요예측 등 공모자금 조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특화된 전문 투자가들에 대한 공모 투자를 허용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정보 비대칭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홍콩거래소 전문기술기업 상장 트랙의 경우 150억 홍콩달러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가진 투자 회사가 상장 예정 기업 시가총액의 최소 15~25% 투자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평판 리스크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파두 사태' 당시 공동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더불어 한국거래소에 대한 책임론이 떠올랐던 것과 달리, 미국은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장 주관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증권을 발행한 기업과 증권회사에 대해 감독상의 책임을 엄격히 물어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의 경우 기업 실사에 대한 엄청난 법적 책임과 함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시장 또한 나눠먹기식 시장이 아니라 대표 주관사들의 본격적인 경쟁을 통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시행 초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기술 특례 상장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필요성이 있다"며 "시장 스스로가 좋은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