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신세계건설이 대구광역시에서 시공 중인 빌리브 라디체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일부를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대출구조를 변경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개별 사업장의 PF 주관사를 대상으로 직접대출 비중을 늘리라는 지침에 따랐다는 게 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빌리브 라디체 공동주택 사업은 분양시장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에 위치해 있다. 현재 분양률이 3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PF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장기 직접대출로 전환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본동에서 진행하는 빌리브 라디체 개발사업에 PF대출을 제공한 특수목적법인(SPC) '제이엠본동제일차'는 175억원 규모의 제14~19회차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을 중단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발행 예정이었으며, 것으로 발행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었다.

이 회사가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175억원은 차주 레이먼드인베스트먼트가 추진 중인 빌리브 라디체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PF대출금(2100억원) 중 일부다. 해당 PF대출은 선순위(트렌치A) 1750억원, 후순위(트렌치B) 35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제이엠본동제일차는 트렌치B 대출 중 175억원을 제공하며 만기는 2020년 9월29일부터 2025년 3월28일까지 5년6개월이다. 동일한 규모의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2개월 만기의 단기사채(ABSTB)를 차환발행해 대출금을 제공했다. 발행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사모사채 인수확약 및 자금보충 의무를 제공하며 SPC의 신용을 보강했다.

빌리브 라디체 공동주택 개발사업은 대구광역시 달서구 본동 760번지 일원에 지하 4층,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한다. 시공을 맡은 신세계건설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며 기한 내 사용승인 등 준공하지 못할 경우 2100억원의 PF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이 사업은 2021년 말 520가구를 모집하는 청약접수 당시 청약 가구가 39가구에 그칠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했다. 공정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4.8%로 2025년 5월 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최근 분양률 역시 30%를 하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41억원에 불과했던 공사미수금은 467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이 중 227억원에 대해 신세계건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뒀다.

사업성 악화로 PF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해당 사업장의 유동화증권 차환이 중단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증권사가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차환발행을 중단하는 사업장은 분양률과 공정률이 어느 정도 올라와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분양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유동화증권이 차환발행을 통해 유통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채무를 인수한 것은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실패가 아닌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24일 PF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PF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대신 직접 장기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대출구조를 변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나온 금융위의 지침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모사채 인수 등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