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가 개발한 플랫폼 '오르빗 브릿지'가 해킹으로 1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됐다. 오르빗체인은 글로벌 거래소에 자금 동결을 요청하고 경찰청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수사하며 해커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스 측은 해커들과 소통해 자산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체 보상안을 마련할지 미지수다.

3일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아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오르빗 브릿지를 공격한 해커는 약 8150만달러(약 1065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격은 테더(USDT) 3000만달러, USD코인(USDC) 1000만달러, 이더리움(ETH) 2170만달러, 다이(DAI) 1000만달러, 랩비트코인(WBTC) 980만달러다.

앞서 오지스는 지난 1일 "세계협정시(UTC) 기준 2023년 12월 31일 오후 7시 52분 오르빗 브릿지에서 확인되지 않은 접속 기록이 포착됐다"며 "블록체인 업체 '티오리'와 함께 공격 원인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오르빗 브릿지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 간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크로스체인 플랫폼이다. 오지스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탈취 자산 동결을 요청해 해커의 현금화를 막고, 국제 법 집행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스 관계자는 "현재 보안 파트너사와 원인을 파악하고 있고, 아직 대외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단서를 찾은 게 있다"며 "내부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낸 후에 커뮤니티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탈취된 가상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조하고 있고 해커에게 연락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원인 파악이 완료되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할 지 고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지스가 해커와 연락을 취하는 이유는 실제 해커와의 협상으로 탈취된 자산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 커브 파이낸스가 해킹 피해로 약 57만달러(약 7억4412만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당했지만, 해커와의 협상으로 일부 돌려받았다. 

하지만 현재 해커와의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 규모가 커 자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탈취된 자산은 8150달러로, 오르빗체인의 총예치자산(TVL)인 1억8200만달러 중 44%에 달하는 규모다. 자체 보상을 진행하기에는 큰 규모의 금액이다. 

더욱이 오지스의 해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따라 허술한 보안 시스템에 관련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지스가 개발한 디파이(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 '벨트파이낸스'는 2021년 약 623만달러(약 81억원)의 해킹사고가 발생했다. 1년 뒤인 2022년에는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클레이스왑'에서 해킹으로 총 22억원 규모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