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하림그룹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기반으로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품으며 '해운 공룡'으로 발돋움하는 여정이 '산넘어 산'이다. 

유상증자, 인수금융 등 다양한 자금조달 루트를 통해 6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인수대금을 마련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HMM 인수가 해운 시장의 경쟁을 헤치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팬오션-JKL컨소시엄이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를 인수하기 위해 채권단에 제시한 가격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양측은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경 거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딜(거래)이 클로징(거래종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수자인 팬오션-JKL컨소시엄의 자금조달이 선행돼야 한다. 팬오션의 현금성자산(별도기준)은 4600억원에 불과한 만큼 인수금융, 자산 유동화, FI(JKL파트너스) 투자금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오션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어렵사리 인수대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팬오션-JKL컨소시엄은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관문을 통과해야 국내 1위 해운사인 HMM을 품을 수 있다. 지난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도입된 기업결합 심사는 M&A(인수합병)가 시장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결함 심사는 크게 '사전신고'와 '사후신고'로 나뉘는데, 이번 팬오션-JKL컨소시엄의 경우 잔금을 치르기 전에 이뤄지는 사전신고에 해당한다. 팬오션-JKL컨소시엄은 매도자와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뒤, 이를 경쟁당국인 공정위에 알려야 한다.

이번 거래가 사전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건 팬오션과 HMM 모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해당할 만큼 기업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팬오션이 속한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17조원 가량으로 재계 순위 27에 해당한다. 또 매물로 나온 HMM은 자산총액 26조원으로 재계 19위다. 공정위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어느 한 곳의 자산총액 및 매출이 2조원을 넘으면 사전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신고가 이뤄진 뒤에는 한 달(30일)에 걸친 공정위의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총 6단계에 걸쳐 해당 M&A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심사는 90일까지 연장 가능해 4달 가량 소요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이번 팬오션-JKL컨소시엄의 HMM 인수가 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만이 항공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인 만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마찬가지로 외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HMM 인수가 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안건인지는 향후 제출하게 될 자료를 검토해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HMM 인수와 관련해 회사 측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