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짊어질 재무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팬데믹 기간 화물부문을 통해 차곡차곡 여윳돈을 쌓은 만큼 2000%가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떠안을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내년 2월14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린다.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힌 EC는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할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 결론을 내기에 앞서 국내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EC의 허가를 얻게 되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최종 관문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두 회사간 합병을 발표한 뒤, 두 항공사가 취항하는 14개 국가 중 11개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 유럽연합의 문턱을 넘게 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게 된다.

대한항공의 염원인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등극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채비율이 2000%가 넘을 정도로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대한항공에 전가돼 신용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을거란 견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에도 대한항공에 전해질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신용평가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항공이 인수에 수반되는 재무부담을 이겨낼 만한 충분한 재무여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하더라도 대한항공이 펜데믹 이전 때보다 나은 재무건전성을 보여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별도)의 자본과 부채 총계는 각각 10조1017억원과 18조947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87.6%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연결)의 경우 자본(5966억원) 대비 부채(12조6568억원)의 비중이 큰 탓에 부채비율이 2121.5%에 달한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부채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단순 계산시 295% 정도로 추산되는데 통상적으로 부채비율 300% 이하는 적정수준으로 여겨진다. 이는 펜데믹 이전때의 대한항공의 재무지표와 비교해도 크게 개선된 수치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13.9%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이 팬데믹 기간에도 재무건전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었던 건 화물부문을 통해 여윳돈을 모아간 덕분이다. 실제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에 마이너스(-) 2306억원을 기록한 대한항공의 잉여금은 1년 만에 흑자 전환됐다. 이듬해인 2021년에 4495억원에 이어 지난해 2조4529억원의 잉여금을 남겼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EU와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결과와 부과조건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대항항공이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을 감내할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외 신용도에 미칠 중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