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우리은행의 이번 연말 인사는 조병규 은행장에게 힘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이 결국 물러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지주와 은행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2명의 부문장 전보와 10명의 부행장 승진이 이뤄지는 등 대규모 쇄신 인사가 이뤄졌다.

눈에 띄는 점은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퇴임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국내영업과 기업투자금융 등 크게 두 개의 영업축을 두고 있으며, 두 개 부문장은 은행의 2인자로 여겨진다.

이 부문장과 강 부문장이 모두 올해 12월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인사 발표 전까지 유임과 퇴임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조 행장과 같이 우리은행장을 두고 경쟁했던 인물들이라 관행대로라면 자연스레 퇴임할 것으로 봤지만, 계파 갈등 해소와 은행 영업력 유지 차원에서 유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두 부문장 모두 퇴임이 결정되면서 조 행장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모양새가 됐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들이 퇴임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며 "연임 가능성은 작게 봤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 부문장의 경우 최근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파생 거래 손실 사태에 따른 견책 처분을 받은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징계를 받은 책임자에 대한 연임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의 차기 국내영업부문장은 김범석 부행장이,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기동호 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김범석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삼성기업영업본부와 여의도기업영업본부에서 기업지점장을 지냈고 우리은행 대기업심사부 본부장으로 거쳐 부동산금융그룹장을 맡았었다.

기동호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우리은행 미래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및 여의도기업영업본부장을 거쳐 직전까지 IB그룹장을 역임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인사를 유임시키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조 행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쇄신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새로 임명된 김범석 부문장과 기동호 부문장 모두 조 행장과 같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전에는 강신국 부문장과 이석태 부문장이 각각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으로 균형을 맞췄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10명의 부행장을 새로 승진시켰다. 기존 임원 17명 중 10명이 올해로 임기가 만료 예정이었는데 전원 연임 대신 새 인물로 교체가 결정된 셈이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임원 체계를 부사장으로 통일했듯, 우리은행 역시 부행장, 부행장보로 나뉘어 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략 방향에 맞춰 핵심사업 집중 및 미래금융 선도, IT‧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을 실시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고객의 다양한 금융니즈를 충족하고 기업성장단계별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