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이연제약이 투자 자회사의 쏠쏠한 수익에 한숨 돌린 모습이다. 본업 실적은 축소됐지만 자회사가 2차전지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며 생긴 수익을 반영하면서 영업이익 감소 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연제약의 올 3분기까지 매출은 1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가 22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작년 8억원이던 기타영업수익이 50억원으로 530.2%(42억원) 급증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타영업수익은 ▲조합성과보수 ▲조합관리보수 ▲이자수익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이익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이익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조합성과보수는 39억원으로 나타났다. 그간 이연제약의 조합성과보수는 전혀 발생하지 않다가 작년 600만원에 이어 올해(39억원)가 두 번째다. 

이연제약은 현재 아르케인베스트먼트와 브라만투자조합1호 두 곳을 종속법인으로 두고 있다. 아르케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8월 설립한 브라만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신기술사업금융업 면허를 가진 아르케인베스트먼트(당시 브라만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6월, 피에스캐피탈, 창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엔켐 지분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이하 1호 투자조합)를 결성했다. 

1호 투자조합은 당시 엔켐이 발행한 전환사채(CB) 506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듬해엔 '아르케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2호'(2호 투자조합)를 만들어 206억원 규모 CB를 확보했다. 올 4월, 두 투자조합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엔켐 335만4000주를 주당 7만3781원에 매각했다. 매각대금만 2475억원에 이른다. 

엔켐은 2차 전지 및 이중층 캐퍼시터(EDLC)용 전해액, 첨가제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2021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2차 전지 소재산업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크게 4가지 핵심소재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중 전해액은 전지의 수명과 출력 등을 결정하며 화재 또는 폭발 위험성이 있는 중요한 소재로 알려졌다. 

엔켐은 지난해 50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37.9%(2955억원)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마이너스(-) 260억원, -195억원에서 153억원, 218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호실적과 맞물려 올 초 에코프로 등을 중심으로 2차 전지 광풍이 불자 소재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했다. 올해 5만26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3월말 7만원선을 돌파했으며, 블로딜 직전인 4월초에는 8만원 후반대를 오갔다. 

엔켐에서 사실상 대박이 터지면서 아르케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조합은 블록딜을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했고 대규모 성과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투자 성과는 연결기준으로 모기업인 이연제약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아르케인베스트먼트는 3분기까지 50억원의 매출과 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투자조합이 올해 사실상 첫 엑시트를 시행하며 성과보수가 발생했다"며 "투자와 관련해선 아르케인베스트먼트 전문 인력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투자의 특성상 매번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