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영국 보건당국이 세계 첫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허가한 가운데 향후 글로벌 유전자 가위의 원천특허 권리를 가지고 있는 툴젠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유전자 편집 치료제에는 UC버클리의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기술이 사용됐지만, 최근 미국 내 유전자가위 원천특허 분쟁에서 툴젠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한 유전성 빈혈치료제 '카스거비'는 최근 영국 의약품규제당국으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도 카스거비의 허가절차가 막바지에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고 카스거비 사용 승인에 관해 논의한 바 있으며, 오는 12월 허가 승인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툴젠의 '특허 수익'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시장서 나오고 있다. 툴젠 역시 카스거비에 사용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툴젠은 지난해 9월 크리스퍼 선발명자를 가리는 미국 저촉심사 첫 단계인 '모션페이지'에서 UC버클리와 미국 브로드연구소를 상대로 각각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를 통해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발명에서 시니어 파티(선순위 권리자) 지위를 확정받았다.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는 주니어 파티(후순위 권리자) 지위에 머물게 됐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니어파티는 자신의 발명일이 시니어파티보다 빠르다는 걸 입증해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통상적으로 시니어파티가 선발명자로 인정될 확률이 75% 이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어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가 항소를 했으며, 관련 결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툴젠도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와 이들로부터 크리스퍼 기술을 사간 기업들과의 합의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순 없지만 원천특허를 다투고 있는 곳 이외에도 이들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기업들과도 만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선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특허 문제는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며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제품들이 하나둘씩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곧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귀띔했다.

만약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툴젠의 특허 라이센스 수익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편집시장은 2022년 33억달러에서 연평균 22.3%로 성장해 2027년에는 92억 달러 규모의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까닭이다.

아직 CRISPR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등의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지않아 대학, 연구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향후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바이오텍, 글로벌 제약사 등으로부터도 라이선스 수익이 발생될 수 있단 것이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가격은 아무래도 초고가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허권리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출시 제품들이 늘어날수록 특허 라이선스 수익도 빠르게 증가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