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2019년 5월 3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를 인수, 기존 실리콘 사업과 합쳐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실제 모멘티브는 2021년부터 KCC 실리콘 사업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존의 2배인 5000억원 내외로 늘리는 등 '캐시 카우'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다만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지난해 1분기까지의 얘기다. KCC 실리콘 사업의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부터 감소 중이고, 올해 2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3분기에는 383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모멘티브 편입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사업인 만큼 KCC의 전사 실적도 동반 감소했다.

모멘티브가 KCC 실적 증가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는 투자금 회수까지 갈 길이 멀다. 모멘티브의 실적 기여가 가시화된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영업이익은 총 4896억원으로 모멘티브 인수가(약 3조5000억원)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올해 3분기 기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입 부담까지 안게 됐지만, IPO를 통해 조기 상환하는 청사진을 그려 왔다. 실제 지난 8월 대표 주관사로 미국 씨티그룹 글로벌마켓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를 선정하는 등 모멘티브의 뉴욕 증권 거래소(NYSE)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내년 상반기 IPO로 인수 자금 30억달러 가운데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 18억달러(약 2조원)를 상환할 계획이다.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모멘티브의 상장 후 기업 가치가 4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석 달이 지난 현재 이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멘티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NYSE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될 우려가 있다"며 "(실적 저하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의 경우 모멘티브의 실적 부진이 기업 가치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모멘티브는) 실리콘 업황 자체가 안 좋은 탓에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가 나고 있는 사례"라며 "주관사들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KCC 실리콘 사업의 경우) 중국산 저가 물량이 공급되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2022년 재고를 대거 쌓게 된 것"이라며 "이 재고가 올해 판매되면서 매출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인 만큼 실적 개선에 무게가 실리며 미래 가치를 예단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올해 4분기에도 KCC 실리콘 사업의 고전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원재료 래깅 효과에 따른 손실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모멘티브의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릴 시간은 2024년 1분기 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KCC는 모멘티브의 NYTE 상장과 관련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모멘티브 IPO를 통한 인수 금융 상환 계획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